오피니언 세설(世說)

국가 간 ‘재능기부’ 확대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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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근수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요즘 ‘재능 기부’라는 신조어가 자주 눈에 띈다.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이 아니라 재능과 기술을 나눈다는, 새로운 개념의 기부다. 음악과 미술·교육·미용·의료 등 분야도 다양하고 연예인과 기업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범주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넘어 ‘국가에서 국가’로 확대할 수 있다.

 특히 환경 기술은 ‘국가 간 재능 기부’가 꼭 필요한 분야다. 나눔을 절실히 기다리는 나라가 많아서다. 카리브해의 섬나라들은 해수 온도 상승으로 발생하는 허리케인으로 매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투발루와 같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가라앉을 위기에 처해 있다. 상당수 인구가 삼각주에 살고 있는 인도·방글라데시·이집트·나이지리아·태국 등도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유입돼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물론 경제적 원조로 이들을 돕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술과 지식을 나누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들어선 우리도 이런 나눔에 대해 이제 적극적으로 생각할 때가 됐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하고 있는 ‘여수프로젝트’는 이러한 국가 간 재능 기부의 한 예다. 여수프로젝트는 남태평양 섬나라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이 해양환경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해양 기술 나눔 국제협력 프로그램’이다. ‘해양과 연안’이라는 여수세계박람회의 주제와 부합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박람회 조직위와 해양 관련 국제기구, 국내 연구기관들이 힘을 합쳐 2년 전부터 쓰나미 등 재해 대비 모니터링 기술, 연안 환경보전 기술, 한국식 바다 목장과 연안 양식 기술 등을 개도국에 전수하고 있다. 투발루도 지난 2월 이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물론 재능과 기술을 공유한다는 게 기업이나 국가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독자적인 기술은 부를 창출하는 핵심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지구의 환경, 가라앉고 있는 섬나라들의 절박함을 생각하면 환경 문제만큼은 인류가 기술을 공유하며 함께 대처해야 하지 싶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시발점이 돼 국가 간 재능과 기술 나눔이 보다 활발해졌으면 한다.

김근수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