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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 악순환 고리를 끊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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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유효상
건국대학교 경영대 교수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있다. 사모펀드의 국내 은행 매각이 처음은 아닌데 외환은행이 유독 논란이 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론스타는 사모펀드로서 할 일과 목적은 이루었는데 떠날 시기를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인수에 외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99년 말. 사모펀드인 뉴브리지 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부터다. 2000, 2003년에는 다른 사모펀드인 칼라일컨소시엄과 론스타가 각각 한미은행과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국내 은행들은 씨티그룹, 스탠다드 차타드 등 은행계 자본에 재인수됐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해 국내 은행 경영권이 외국 사모펀드에서 다시 국내 은행계열로 변화되고 있다.

 부실 은행이 은행계 자본에 바로 인수되지 못하고 사모펀드를 거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행계 자본의 보수 성향상 이에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 사모펀드는 부실 은행을 구조조정으로 정상화시키고 이를 우량은행이 다시 인수하도록 가교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사모펀드의 긍정적 역할이다.

 2003년 외환은행은 경영상태 악화로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해 자금조달이 시급했다. 일반공모 무산, 대주주 추가 출자 거부도 이어졌다. 이때 론스타의 투자는 주식시장과 언론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또한 국내 금융회사의 신용경색 해소는 물론 구조조정 및 기업의 투명성 제고로 국내 금융회사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지나친 배당, 조세회피, 중장기 전략 부재 등 사모펀드의 전형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면이다. 아쉬움이 통한의 과오로 악화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더 이상 조치를 늦춰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외환은행 인수계약 이후 승인이 지연됨에 따라 외환은행의 신규 영업 활동이 부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불안정한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일 것이다. 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외환은행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중요한 무역, 외환정보를 고스란히 보관하고 대주주인 론스타는 언제든 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점도 불편한 게 사실이다.

 국익과 외환은행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은 명확해질 것이다. 빨리 론스타를 떠나 보내고 외환은행이 더욱 우량은행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환은행의 잠재력은 훼손되고 성장동력은 힘을 잃게 되며, 이해당사자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더 이상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협상은 국민은행과의 첫 딜이 시작한 때부터 치면 5년이나 흘렀다. 그때부터 갖은 곡절을 겪으며 표류 중이다. 이번 하나은행과의 매각협상도 마찬가지다. 해묵은 논란인 대주주 자격여부로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5월 24일이 지나면 론스타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론스타로서는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배당, 현대건설 및 하이닉스 매각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그리고 매각은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국민은 답답하다. 또다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흘려 보낼지,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이제는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의 법적 논쟁은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동시에 그들의 한계도 직시하자. 승인 지연으로 또다시 론스타를 도와줄 것인지, 대한민국 금융발전을 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표현한 ‘산(Buyer) 자의 저주’가 누구를 향한 저주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그 저주는 ‘산 자’를 향하지 않고 직원, 고객, 더 나아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유효상 건국대학교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