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체할 정도로 권한 독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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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남

이성남(64) 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 개편은 외부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금융감독기구로 바꾸는 게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금감원의 비리와 업계 유착에 대해서는 일벌 백계하고 당장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고쳐야 한다”면서도 “지나친 포퓰리즘으로 금융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긴 호흡으로 감독 체계 개편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통 금융인 출신인 그는 ‘금감원 검사국의 대모’로 불린다. 1969년 씨티은행에 들어간 이후 30년간 금융계에 몸담았고, 99년 금감원 검사총괄실장과 부원장보를 거친 뒤 국민은행 상근감사와 금융통화위원을 지냈다. 특히 그는 금감원 출범 초기 검사총괄실장으로 현재 금융감독 체계의 기반을 다졌다. 2008년 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발탁돼 금배지를 달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감원 출신들이 금융회사 감사를 독점하는 건 문제 있지 않나.

 “금감원이 감사를 추천하고, 직원들의 보직 세탁을 해주는 건 잘못됐다. 당장 고쳐야 한다. 그렇다고 금감원 출신을 감사에서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국민들의 정서와는 다르게 들린다.

 “국민들의 분노는 이해한다. 중요한 건 금융회사들이 시장 외적인 고려 없이 자기 회사에 필요한 전문성 있는 사람을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게 하는 것 아닐까.”

 -금융감독권이 한 기관에 집중되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금감원이 변하는 시장 수요에 맞춰 운영되고 있는지 전반적인 점검은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체할 정도 많은 일을 독점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통합감독기구를 만든 건 우리나라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금융권력은 점점 커지고, 금융상품은 갈수록 복합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등과 감독권을 공유하는 것은 어떤가.

 “내가 금감원 4년, 한국은행에 4년 있었다. 어디 편을 들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그동안 중앙은행 역할만 했다. 금융감독이라는 오랜 노하우는 금감원에 있다. 예보도 상시적인 감독기구로 볼 수는 없다.”

 -금감원을 국가기구화하면 어떨까.

 “독립성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금감원장을 금융위원장과 분리해 놓고도 매번 경제 관료들을 앉히고 있는 것도 문제다.”

 - 금감원은 어떻게 개편해야 하나.

  “근본적으로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은 정책의 잘못이다. 부실 저축은행을 우량 저축은행에 떠넘기며 구조조정을 미루는 잘못된 정책을 정부가 만들었고, 금감원은 이를 아무 생각 없이 따랐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시장과 피감기관의 피드백을 받아 좋은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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