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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치킨게임’하다간 공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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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신일용
소셜비 대표

소셜커머스 사업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불과 1년 만에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600개 정도의 업체가 난립해 있다고 한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 상당수 업체가 정리될 것이다. 진입장벽은 낮지만 성공장벽은 높은 산업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과열은 일부 업체들의 세(勢) 불리기 경쟁이다. 포털광고는 물론 연예인을 모델로 TV광고를 내보내는 데 매달 수십억원의 돈을 쓴다고 한다. 광고에 돈을 쓰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소셜커머스는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하는 광고사업이다. 기성 광고미디어의 사각지대에 있던 자영업체와 중소기업에 저렴하고 효율적인 광고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제휴업체들이 자신의 상품을 반값에 제공하면 적자를 보거나 기회손실을 본다. 그럼에도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건 다른 광고수단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들이 지금처럼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부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소셜커머스 업체는 고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더 많이 팔고, 더 많은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제휴업체는 할인과 수수료를 만회하기 위해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셜커머스 사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외면당한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저비용 구조를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소셜커머스 자체가 광고플랫폼인데 외형 확장을 위해 타 광고미디어에 고액의 광고비를 지출한다면 스스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구조를 만드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제휴업체의 수를 늘려 개별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을 분산시키면 된다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불가능하다. 소셜커머스 사업이 온라인 사업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오프라인 사업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사업은 초기 개발비가 투입되면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추가 발생비용은 미미하다. 하지만 소셜커머스는 매출증가에 비례해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핵심요소인 양질의 제휴업체 확보가 전적으로 오프라인 영업활동의 영역이어서다. 이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상품을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사업은 이미 소셜커머스 사업이 아니다. 직접 업체를 선별하고 품질을 확인하고 광고 콘텐트화해서 소비자들에게 연결하는 것, 그럼으로써 쌓인 신뢰를 기반으로 광고 및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게 소셜커머스다. 이 때문에 단순 공동구매와 차별화되는 것이다.

 소셜커머스란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입소문을 기반으로 하는 커머스라는 뜻이다. 이러한 소셜이 저비용·고효율을 위한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네트워크를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셜커머스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저비용 광고수단으로서 소셜네트워크의 잠재력을 부인할 수 없으며, 저비용·고효율 구조는 결코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특히 상위권 업체들은 승자독식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전형적인 고비용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건전한 투자라고 보기에는 버블의 요소가 너무 크고, 업(業)의 본질에도 어긋난다. 느리게 가더라도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려면 더 이상 이런 게임을 해선 안 된다.

신일용 소셜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