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한국 부동산 ‘엑소더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외국계 부동산 투자자본이 한국의 부동산 처분에 나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부실채권 투자를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들이 국내부동산 시장에서 만족할 만한 투자수익을 거두지 못하자 슬슬 짐을 싸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부동산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 프로퍼티스는 서울스퀘어 빌딩만 남긴 채 모두 처분하고 지난해 말 철수했다. 와코비아를 인수한 웰스파고는 지난해 하반기 한국 법인을 완전히 폐쇄했다. 메릴린치도 최근 서울 수하동 센터원 빌딩 지분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내다팔고 부동산 부문의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브릭스에셋 김상태 사장은 “종전에는 외국투자자들이 사고팔기를 거듭하면서 차익을 챙기거나 임대수익을 노리고 재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빌딩을 판 뒤 다른 부동산을 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동산투자자문업체인 알투코리아의 서울 2542개 대형빌딩(연면적 5000㎡ 이상) 소유면적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자본(영리법인·개인·비영리단체) 비중이 93%로 전년보다 1.2%포인트 올랐다. 반면 한 해 전체 거래 물량 가운데 외국계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외국계 투자자본이 보유자산 매각에 나서는 것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빌스코리아 김문덕 사장은 “외국투자자가 기대하는 투자수익률은 연 10% 이상이나 요즘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