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左), 이상득(右)
한나라당 구주류의 좌장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9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사무실에 들르지 않았다. 중앙청사 1층 피트니스룸에서 운동을 한 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소기업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이 장관을 기자가 뒤쫓아갔다. 이 장관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그는 기분이 좋았던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료를 뒤적이다가 “이건 정말 좋은 내용이야…”라고 혼잣말로 감탄을 하기도 했다.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자=“간담회 분위기가 좋았습니까.”
▶ 이 장관=“(기자를 보자 표정이 굳어지며) 네.”
▶기자=“현안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이 장관=“나눌 말씀 없습니다.”
▶기자=“오늘 왜 출근 안 하셨는지요.”
▶이 장관=“….”
엘리베이터가 1층에 서자 이 장관은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수행원에게 읽고 있던 자료를 건네주면서 “이거 좀 알아서 처리해”라고 한 뒤 굳은 표정으로 승합차에 올랐다. 그러곤 지역구(서울 은평을)로 떠났다. 그는 당분간 장관으로서의 일정을 잡지 않을 예정이다. 11일 국무회의도 불참할 예정이다. 한 측근은 “해외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15일)할 때까지 장고(長考)에 들어간 것”이라며 “고민에는 거취 문제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이후 사석에서 “배신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선에서 친이상득계 의원들이 황우여 의원 지지로 돌아선 걸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친이상득계의 한 의원은 “‘안경률 아니면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걸 배신이라고 하면 ‘오버’”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측근은 “배신이라면 이 장관이 먼저 아니냐. 2008년 총선 때 이 장관의 직계라는 수도권 의원들이 집단으로 나서서 ‘이상득 의원에게 공천을 줘선 안 된다’고 했는데, 그런 게 바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이 장관은 사석에서 “희생양도 한 번이지, 희생양이 직업은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선 후퇴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었다. 당 ‘쇄신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고 한다. “내가 정치를 잘못하는 건지, 나를 비판하는 사람이 정치를 잘못하는 건 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