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간병한 아내를 … 투병 중 ‘딴짓’한 남편이 이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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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60대 남성 A씨는 10여 년 전 퇴직한 뒤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술을 좋아했던 그는 덜컥 간암 판정을 받게 됐다. 부인 B씨는 남편이 병원 치료를 받을 때 동행했고, 항암 식단 준비 등 간병을 했다. 하지만 A씨는 투병생활이 무료하다며 무도장에 드나들었고, 이곳에서 만난 여성과 부적절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는 아내 B씨가 이를 눈치 채고 나무라자 불만을 품고 가출했다. 수개월 뒤 잠시 귀가했지만 수천만원을 들고 다시 집을 떠났다. 이후 A씨는 “환자인 내게 모질게 대했고, 다른 여성과의 관계를 의심해 집에서 내몰았다”며 이혼 소송을 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도 함께 요구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 박종택)는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가 수년째 별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A씨의 나머지 주장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며 “B씨가 남편의 귀가를 희망하고 있고 자녀도 이혼에 반대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 A씨가 다른 여성과 교제 하는 등 파탄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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