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슈즈 벗은 발레리나, 무용수 속엔 전문경영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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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용과 교수라면 보수적이라고 보는 게 보통 사람들의 시선일 터. 하지만 조기숙(52·이화여대 무용과) 교수는 도발적이다. 2007년엔 공연장이 아닌, 서울 홍익대 앞 클럽을 통째로 빌려 발레 공연을 올렸다. 힙합 음악을 쓰고, 객석을 없앤 스탠딩 공연이었다. 힙합 댄서와 발레리나가 2인무를 추는 파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뿐이 아니다. 자신이 매년 올리는 정기 공연엔 툭하면 트로트를 틀어대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는 “정체돼 있다간 클래식 발레는 결국 박물관으로 간다. 현대적 감성만이 살 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 교수가 이끄는 뉴발레단의 신작이 12, 13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공연된다. 작품 명은 ‘백조의 호수-사랑에 통(痛·通)하다’(사진)다. 4년 전부터 조 교수는 ‘백조의 호수’ 연작을 매년 올려왔다. 2008년 ‘사랑에 반(反)하다’, 2009년 ‘사랑에 취(醉·取)하다’, 지난해 ‘사랑에 빈(貧·<4EFD>)하다’에 이어 올해 작품은 연작의 완결판이다. 무용수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 깜짝 출연하는, 이색 풍경은 이번에도 계속된다.

 토슈즈를 신고하는 클래식 발레와 벗고 하는 모던 발레가 공존한다. 공주 오데트만 주인공이 아닌, 모든 백조들에게 동등한 비중을 두는 점도 특이하다. 궁중연회 장면을 없애는 대신, 땀을 흠뻑 흘리는 무용수들의 맨몸이 무대를 장식하게 된다. 조교수는 “스토리에 의존하기보다 춤 자체로 정면 승부를 걸고 싶다”고 말한다. 뻔한 발레가 싫은 관객에겐 새로운 체험이 될 듯싶다. 3만∼7만원. 02-704-642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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