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건축가 100여명 파주엔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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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재 145개의 사옥에 3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는 파주출판도시. 총 156만1000㎡ 규모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2단계(68만7000㎡)에는 출판뿐 아니라 영상·소프트 업체가 합류한다. 100여 명이 넘는 국내외 건축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 건축계의 ‘빅 이벤트’다. [파주출판문화재단 제공]


‘한국 현대건축의 오늘을 보려면 파주 출판도시로 가라-.’

 경기도 파주출판도시가 한국 현대건축의 성장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장이 될 전망이다. 1989년 뜻 있는 출판인들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파주출판도시가 제2의 도약에 들어간다. 현재 절반 가량 남아 있는 출판단지의 공간을 채우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른바 ‘파주출판도시 2단계’ 프로젝트다.

 파주출판도시에 지금까지 세워진 건물은 145개 동. 여기에다 약 150여 개의 새 건축물이 2015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게다가 민현식·승효상·조성룡·이종호·김종규·김인철·최문규 등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건축가가 모두 참여한다. 이들과 함께 참여할 건축가들까지 합치면 한국 건축가들의 총집결지라 해도 과장이 아닐 듯하다.

 ◆출판과 영상, 그리고 건축=파추출판도시 1단계는 출판 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2단계에는 영화사와 영화제작 스튜디오 등 영상 관련 업체가 대거 합류한다. 현재까지 입주를 결정한 곳은 96개사. 생각의나무, 궁리출판, 뜨인돌출판사, (주)자음과 모음, 대교, 북하우스퍼블리셔스, 아카넷 등의 출판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명필름, 나우필름, 케이엠컬쳐, 신씨네, 신영필름, 영화사 집 등 영화사도 옮겨갈 계획이다. 제작 스튜디오와 김상범 편집실, 갤러리현대와 인쇄 관련 회사도 참여한다.

 파주 출판도시는 출범 당시부터 ‘출판과 건축의 만남’이 핵심 요소였다. 산업단지에 ‘도시’와 ‘문화’의 성격을 더해 ‘출판도시’를 아예 하나의 커다란 책처럼 미리 큰 그림을 그리고 추진한 것이 특징이다.

 2단계 건축 관련 총괄은 건축가 김영준씨(50·김영준도시건축대표)씨가 맡았다. 건축과 각 출판·영상 업체간 조율을 책임진다. 김씨는 “1단계 완공 이후 출판도시가 개별 건축의 경연장이 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2단계는 그 같은 ‘홀로서기’에 집중하기보다 각 건물과 건물, 건물과 거리, 블록과 블록이 만나는 지점이 경계가 되는 게 아니라 중심이 되도록 공동성의 실현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2단계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블록 건축가제의 도입이다. 책임 건축가 15명이 자신이 맡은 블록 안에 세워질 건축물 3~6개의 조화를 책임진다. 건축가 이민아(협동원 대표)씨는 “블록 건축가들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건축가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가들에게는 중요한 도전인 동시에 큰 기회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미학와 기능의 결합=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1단계 출판사 사옥의 경우 건물의 미학에 집중한 결과 실용성은 빈약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트렌드에 민감한 건축물만 모여있고, 사용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축가는 “파주 출판도시는 자연과 잘 조화되지도 않고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조성됐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건축을 전시장의 미술품, 즉 오브제(objet)처럼 여긴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축물의 기능에 대한 비판도 있다. 1단계 건축물의 경우 일터 프로그램만 있을 뿐 주거 기능이 거의 없어 상업 공간으로서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영준씨는 “출판도시는 산업단지이기 때문에 주거기능은 당초부터 제한적이었다”며 “출판단지 인근에 운정지구가 들어서 주거문제는 자연스럽게 보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건물들은 큼직큼직하게 지어져 상호 연관성이 적었다”며 “2단계에는 건물 크기를 줄여 작은 업체도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파주=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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