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기 전 은신처로 삼았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소재의 가옥 내부가 처음 공개됐다. 알자지라 방송은 8일(현지시각) 1분 50초 가량의 영상을 단독으로 촬영해 보도했다. 빈 라덴의 행동 반경은 침실을 포함한 방 두 칸에 불과했지만 가끔은 마당을 산책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 자지라방송은 접근이 금지된 빈 라덴의 은신처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빈 라덴이 6년간 숨어있던 가옥은 황폐했다. 작전 과정에서 부서지고 깨진 그릇과 집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중문을 거쳐 집안으로 들어가면 미로처럼 꺾인 좁은 벽채를 따라 마당으로 안내된다. 외부인이 설령 문을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진입하지 못하게 방책을 해놓은 것이다. 12~18피트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인 마당에는 각종 채소와 과실수가 심어져 있었다. 한 켠에는 소ㆍ닭 등을 키우는 우리가 있었다. 이곳은 빈 라덴이 거닐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었다. 마당 옆엔 작은 건물 한 채가 있는데 1명 정도가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초를 서는 경비가 썼던 곳으로 추정된다. 뒷마당엔 종이폐기물, 건설자재 등 쓰레기가 넘쳤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집 안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모두 이곳에서 소각한 것으로 보인다. 집 내부로 들어가면 옷장과 테이블 등 간단한 가구만 놓여져 있다. 가구 외에 다른 것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말끔히 치워진 상태였다. 미군이 작전을 벌인 뒤 가져가거나 파키스탄 당국에 의해 옮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00만 달러짜리 집답지 않게 내부에선 별다른 치장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부촌 한가운데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모양새인 셈이다. 2층 방 안의 창문에는 보안을 위해서였는지 철장이 설치돼 있었다. 알자지라는 “현재 이곳은 현지 경찰이 지키고 있으나 은신처를 보기 위해 인근 주민과 취재진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가옥, 철거되나 관광지 되나=빈 라덴의 가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두고 파키스탄 내 격론에 휩싸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일각에선 알 카에다의 성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옥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력한 안은 성지ㆍ관광지화다. 빈 라덴의 수장 장소가 알려지지 않아 대신 이곳을 성지로 삼자는 얘기다. 파키스탄에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은신처를 보기 위해 인근 주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수백 여명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지은 기자
빈 라덴 최후 맞은 은신처 동영상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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