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효, 나무와 바람의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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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잘 섬김을 효(孝)라 하고 성인이 만든 글을 경(經)이라 한다. 효경언해(孝經諺解)의 첫 문장이다. 자식(子)이 노인(耂)을 잘 모시는 것이 효다. 효경 첫 장에서 공자는 “선왕들은 가장 아름다운 품덕과 가장 간명한 도리(至德要道)를 가지고 천하 백성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어 ‘효는 모든 덕의 근본이며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모두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는 것(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이 효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하루는 길을 가던 공자가 베옷을 입고 애달피 우는 고어(皋魚)와 마주쳤다. “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왜 슬피 울고 있소?” 공자가 물었다. “세 가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젊어서는 배움이 좋아 제후들을 찾아 다니느라 어버이를 뒤로 하였습니다. 첫째로 잃어버린 것입니다. 내 뜻이 높다 여겨 임금 섬기기를 게을리 했습니다. 제가 잃은 둘째입니다. 친구와 두터운 교분을 쌓다가 사귐을 끊었습니다. 세 번째 잃음입니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해도 바람이 멎지 않고(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이 어버이를 봉양하려 해도 부모님은 기다리지 않습니다(子欲養而親不待). 한번 가면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 떠나면 다시 뵐 수 없는 것이 어버이입니다. 그래서 지금 세상과 사별하려 합니다.”

말을 마친 고어는 말라 죽고 말았다. 공자의 이 말에 13제자가 어버이를 모시겠다며 돌아갔다. 한시외전(韓詩外傳)의 효에 관한 대목인데 널리 회자되는 일화다.

인간의 사랑은 모두 생명과 관련이 있다. 이성애(異性愛)는 생명 존속을 위한 것이고, 친자애(親子愛)는 생명 보호를 위한 것이며, 인류애(人類愛)는 생명 발전을 위한 것이다. 부모의 자애(慈愛)는 본능이지만, 자녀의 효도(孝道)에는 가르침이 필요하다. 가르칠 교(敎)자가 학교(爻)와 회초리(攵)를 든 모양이지만 효(孝)와 비슷한 이유다. 효에는 잠자리와 음식을 살피는 양체(養體), 옷과 집을 보기 좋게 꾸미는 양목(養目),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양이(養耳), 먹을거리를 봉양하는 양구(養口), 안색을 평안히 하고 기뻐하실 말을 하며 진퇴에 공경하는 양지(養志)가 있다. 여씨춘추 효행 편의 양유오도(養有五道)다. 오늘은 서른아홉 번째 어버이날이다. 카네이션 한 송이에 양지를 가득 담아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자.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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