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당의 뜻에 따라 류우익· 권재진은 막판에 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이 8일 의원회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경필·권영진·정태근·구상찬·김성태·정두언·김성식 의원. [김상선 기자]


5·6 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사스타일을 보였다. 이번엔 현역 의원의 입각은 없었다. 내년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듯했다. 대신 전직 차관 출신을 세 명이나 발탁했다. 관료를 중시한 듯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또 류우익 주중대사의 통일부 장관 발탁 등 논란이 될 법한 인사는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무난한 인사”란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대통령은 개각을 하면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고 한다. 6일에도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서너 차례 대통령 집무실을 찾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개각 명단은 이날 오후 5시쯤 확정됐고, 본인들에게 통보된 건 오후 6시였다고 한다. 언론 발표를 불과 한 시간여 앞둔 시간이었다. 난산을 거듭한 개각 뒷얘기는 다음과 같다.

 ① 류우익·권재진이 명단에서 빠진 까닭=6일 낮 김정훈·주호영 의원 등 한나라당 재선 의원 14명이 모임인 ‘재목회’에서 “회전문 인사를 할 경우 당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곧이어 선출된 황우여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간접적으로 “당이 쇄신 분위기인데 개각 내용도 그런 모드로 가야 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당내에선 특히 류우익 전 주중 대사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강했다. 그런 가운데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이동설까지 맞물리면서 거부감은 커졌다.

 이 대통령이 고심하다 두 사람을 뺀 것과 관련해 청와대에선 “당의 뜻에 따른 것으로, 특히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도 “(두 부처가) 최종 개편 대상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제(5일)부터 고심해서 오늘 결정했다”고 전했다. 막판에 두 사람 모두 빠졌다고 했다.

 ②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기까지=이 대통령은 재정부 장관 자리를 놓고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한다. 윤증현 장관을 유임시키는 것도 검토했으나 윤 장관은 “쉬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다. 이어 5~6명이 후보군으로 등장했다가 퇴장했다. 지난주 초엔 박재완 노동부 장관과 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후보에 올랐다. 그러자 김 위원장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됐다”는 의견이, 허 대사에 대해선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현 산업은행 총재)-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라인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만수-최중경 라인이 환율주권주의를 강조하는 반면 허 대사는 시장주의자”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제3자이면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박재완 장관에게 기회가 돌아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인사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주도했다고 한다. 개각 명단도 임 실장과 김명식 인사비서관 외엔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에선 “임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하며, 이 대통령이 계속 그를 쓸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