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이 8일 의원회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경필·권영진·정태근·구상찬·김성태·정두언·김성식 의원. [김상선 기자]
5·6 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사스타일을 보였다. 이번엔 현역 의원의 입각은 없었다. 내년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듯했다. 대신 전직 차관 출신을 세 명이나 발탁했다. 관료를 중시한 듯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또 류우익 주중대사의 통일부 장관 발탁 등 논란이 될 법한 인사는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무난한 인사”란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대통령은 개각을 하면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고 한다. 6일에도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서너 차례 대통령 집무실을 찾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개각 명단은 이날 오후 5시쯤 확정됐고, 본인들에게 통보된 건 오후 6시였다고 한다. 언론 발표를 불과 한 시간여 앞둔 시간이었다. 난산을 거듭한 개각 뒷얘기는 다음과 같다.
① 류우익·권재진이 명단에서 빠진 까닭=6일 낮 김정훈·주호영 의원 등 한나라당 재선 의원 14명이 모임인 ‘재목회’에서 “회전문 인사를 할 경우 당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곧이어 선출된 황우여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간접적으로 “당이 쇄신 분위기인데 개각 내용도 그런 모드로 가야 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당내에선 특히 류우익 전 주중 대사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강했다. 그런 가운데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이동설까지 맞물리면서 거부감은 커졌다.
이 대통령이 고심하다 두 사람을 뺀 것과 관련해 청와대에선 “당의 뜻에 따른 것으로, 특히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도 “(두 부처가) 최종 개편 대상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제(5일)부터 고심해서 오늘 결정했다”고 전했다. 막판에 두 사람 모두 빠졌다고 했다.
②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기까지=이 대통령은 재정부 장관 자리를 놓고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한다. 윤증현 장관을 유임시키는 것도 검토했으나 윤 장관은 “쉬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다. 이어 5~6명이 후보군으로 등장했다가 퇴장했다. 지난주 초엔 박재완 노동부 장관과 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후보에 올랐다. 그러자 김 위원장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됐다”는 의견이, 허 대사에 대해선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현 산업은행 총재)-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라인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만수-최중경 라인이 환율주권주의를 강조하는 반면 허 대사는 시장주의자”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제3자이면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박재완 장관에게 기회가 돌아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인사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주도했다고 한다. 개각 명단도 임 실장과 김명식 인사비서관 외엔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에선 “임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하며, 이 대통령이 계속 그를 쓸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