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마켓뷰] OECD 경기선행지수와 코스피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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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코스피는 고공 행진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동안 증시를 지배했던 낙관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거시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직은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보다 반등 시기를 저울질하는 논의가 주류다. 하지만 ‘다수는 틀렸다’는 주식시장의 경험에 비춰볼 때 코스피 2130 전후를 중기 바닥으로 보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많다.

 이번 주 지켜봐야 할 점은 세 가지다. 첫째, 9일 발표되는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CLI)다. 세계 경기 흐름이 다소 정체되는 상황에서 전고점을 넘어선 CLI가 상승세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코스피의 감속도 뒤따를 것이다. 2000년 이후 CLI와 코스피는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둘째, 12일 발표하는 미국의 4월 소매판매다. 3월(전월 대비 0.4%)에 이어 소매판매 둔화세가 이어진다면 2분기 민간소비의 성장에 대한 기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공언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부진이 일시적이라는 낙관론도 타격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EU) 지역 위험의 재확산 여부다. 지난 주말 제기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설은 그 진위를 떠나 여전히 유로존 재정위기가 진행형임을 확인해준다. 그리스로 인한 유로존 불확실성이 커질 때 더욱 두려운 것은 5월에만 250억 유로 규모의 국채 만기가 다가오는 스페인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는 점이다. 이 규모라면 4월 스페인 만기도래액 155억 유로보다 95억 유로 많다. 또 1월 PIGS국가(이탈리아 제외, 아일랜드 합산) 전체 만기액인 241억 유로를 넘어선 규모다. 여전히 구제금융이 스페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리스 이슈가 불거지며 스페인 국채금리가 6% 이상으로 올라선다면, 이는 글로벌 유동성의 안전자산 선호가 본격화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결국 이후 상품과 증시 약세 지속 여부를 결정 지을 요인은 유로화 흐름이다.

 4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세계 증시의 강한 상승 랠리가 뒤따른 이유는 ‘2차 양적 완화(QE2) 종료에도 출구전략은 지연된다’는 유동성 보강 논리가 뒷받침됐던 것임을 잊지 말자. ‘상품·주가 강세, 달러 약세’라는 조합이 상승의 촉발점이었다면, 이제 그 반대의 조합이 어디까지 파급될지 예단해서는 안 된다.

윤지호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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