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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 부르는 착한 화장품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화장품 업계에 ‘착한 캠페인’ 바람이 불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가 제품 홍보를 위한 광고·마케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매 시즌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주제로 여심을 흔들고 있는 이들이, 요즘에는 환경 보호, 기부 캠페인 등 사회 공헌 활동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달 랑콤은 유전적 희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미라클 캠페인’을 모델인 배우 정혜영과 함께 시작했다. 랑콤히트 상품인 ‘제니피끄’ 에센스 판매 금액일부를 아주대병원 유전질환 전문센터에 기부하는 캠페인으로, 11월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이런 형태의 사회 공헌 캠페인은 이전에도 적지 않았지만 랑콤처럼 매출이 높은 인기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캠페인 기간도 7개월이나 된다. 제품판매액 일부를 기부하는 경우, 주로 캠페인용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을 별도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기존 제품의 용기를 다른 크기나 모양으로 바꾸는 방법을 쓴다. 기간도 1개월에서 2개월 정도가 보통이다.

 기존 제품을 그대로 활용할 때는 대개 해당 시즌에 홍보해야 할 제품을 내세운다.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을 알리는 효과도 얻기 위해서다. 헌데 랑콤이 내놓은 ‘제니피끄’는 출시 일주일 만에 1만1377개가 팔리고 이후 4초에 한 개씩 판매될 정도로 인기 제품이다.

 기부액이 그만큼 커져 브랜드의 부담이 느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랑콤이 이 제품을 내세운 건 ‘받은 만큼 나누겠다’는 생각에서다. 랑콤 측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며 “기부 활동으로 유명한 정혜영이 모델이 되면서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랑콤은 이번이 국내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공익 캠페인 만큼 규모나 진행 형식에 더욱 신경을 썼다.

환경 살리기에 나선 브랜드

 환경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브랜드로는 키엘, 클라란스, 아베다가 대표적이다. 키엘은 2008년 ‘그린 콘서트’를 개최한 데 이어 에코백 제작, 울트라 페이셜 크림 점보 사이즈 한정판 출시 등으로 모아진 기금을 국내 산·나무 살리기 프로젝트에 쓰고 있다. 클라란스는 후원하고 있는 목포 명도복지관 어린이들을 지난해 말 초청해 ‘허브 자연학교’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의 어린이 행사는 2년째 이어 오는 것으로 지난해 행사에는 크리스티앙 쿠르텡-클라란스 글로벌 회장도 참석했다.

 물 관련 캠페인에는 여러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다. 아베다는 올해로 3년째 ‘물을 위한 걷기대회’를 열고 있다. 물 부족 국가 여성들이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걷는다는 거리(6㎞)를 체험해보는 행사로, 참가자 1명이 완주할 때마다 브랜드가 6000원씩(1m당 1원씩) 환경 기금을 기부한다. 지난달 23일 청계천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1500명이 참가했다. SK-Ⅱ도 지난해부터 아시아의 물 부족 국가 여성들에게 분말 정화제를 보내는 ‘클리어 포 라이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 제품 1개를 판매할 때마다 물 20L를 정화하는 분말 정화제 1개를 기부한다.

 크리니크는 지난달 트위터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유니세프의 식수 프로그램에 기부했다. 광고 촬영에 사용한 소품을 경매한 것으로, 크리니크는 경매 수익금 전액과 한 트윗당 1000원씩 추가해 내놓았다.
 
시류 편승 아닌 브랜드 철학에 맞는 캠페인 펼쳐야

 화장품 브랜드들이 이런 공헌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 크게는 지구에 환원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RS)을 다하기 위해서다. 명지대 경영학과 김건하 교수는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이자 이슈”라며 “환경 보전, 소외계층 배려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소셜 마케팅 기법의 하나인 이 활동은 1990년대 그린 마케팅을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들의 공헌 캠페인은 직접적인 제품 홍보 대신 브랜드와 제품에 호감을 갖도록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마케팅이 접목된 것이다. 김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계속 중요시되면서 화장품 브랜드의 이 같은 활동도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브랜드들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뷰티 컨설턴트 피현정 대표(브레인 파이)는 “브랜드의 마케팅활동이지만 결과적으로 수혜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나쁘게만 바라볼 것은 아닌만큼 브랜드 역시 신념 없이 마케팅 측면으로만 활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 대표는 “캠페인 전, 브랜드 철학과 잘 맞는지 먼저 살펴봤으면 한다”며 “그저 시류에 동승하기 위한 것이라면 소비자도 이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1. 랑콤 모델 정혜영이 자신의 기부 활동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정혜영은 미라클 캠페인을 함께 한다. 2. 토탈 안티에이징 에센스‘제니피끄’. 랑콤은 이번 달부터 7개월간 제니피끄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아주대병원 유전질환 센터에 기부한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랑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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