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물에 빠져도 “번거롭지만 도와주실 수 있나요” 해야 구해주는 나라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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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니언 잭
김진형 지음, 기파랑
308쪽, 1만4500원

물에 빠진 한 남자가 “사람 살려!” 외쳐도 행인은 본체만체 지나간다. 물에 빠진 사람이 “선생님, 번거로우시게 해드려 송구스럽습니다만, 혹시 저를 잠깐만 도와주실 수 있겠는지요? 물론 큰 폐가 안 된다면 말씀입니다” 청하자 길 가던 이가 구명대를 던져준다. 과도하다 못해 코믹할 지경으로 언어 예절을 중시하는 이 국민은? 영국인이다. 과장과 풍자를 섞어 영국민의 특성을 희화화한 예지만 런던 특파원으로 3년을 지낸 김진형(51·연합뉴스 한민족센터 부본부장 겸 다문화부장)씨 눈에는 “절제된 언어, 완곡한 화법, 적당한 유머”로 영국인 특유의 수줍음과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시어머니와 두 딸과 함께 낯선 곳에 떨어져 취재 활동으로 늘 바쁘게 동동거렸던 그이지만 체화된 기자 정신으로 관찰한 영국 사회 분석기는 정보·재미·교훈의 삼박자를 갖췄다. 영국은 양파(어니언)처럼 벗겨도 벗겨도 알 수 없더라는 뜻에서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을 비틀어 『어니언 잭』으로 책 체목을 삼았다.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의 말처럼 “런던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다 있기” 때문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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