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이미지 높이고 제품 홍보 '문화예술 사랑'도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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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살아나면서 '메세나(Mecenat)' 라고 불리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 이미지를 높임은 물론 자사 제품의 홍보.판촉과 연결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메세나가 떠오르고 있다.

AV(오디오비디오)기기 생산업체인 아남전자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무료음악회를 열고 있다. 아남은 음악회 직전 관객들에게 AV상식과 올바른 사용방법 등을 음악과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마케팅팀 강호윤과장은 "올해부터는 고객들이 원하는 예술인을 초청하는 '주문형 음악회' 도 열 계획" 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예술의 전당에서 프로젝션TV '파브' 구매고객을 위한 '새천년 파브 음악회' 를 열었다.

이날 윤종용(尹鍾龍)부회장 등 10여명의 임원들이 입구에 줄서서 일일이 손님들을 맞았다. 삼성전자 장일형 상무는 "일종의 사후만족 마케팅" 이라며 "음악회 이후 관객들이 내놓은 회사와 제품에 대한 의견을 경영과 제품개발에 반영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도 문화센터에서 각종 무료공연을 열면서 고객들을 끌어들이 있다. 의류업체인 LG패션은 서울 신사동 본사 건물 9층 이벤트홀을 패션쇼 리허설 장소로 빌려주고 있다.

오는 3월에 개점할 사이버 쇼핑몰의 활성화를 위해 영화.음악.연극 등 문화 동호인에게 공연.시사회 장소로도 빌려줄 예정이다.

코오롱은 경기도 지난해 여름 매주말 과천 본사 건물 앞 야외분수대에서 문화예술공연을 열었다. '주민〓고객' 이라는 생각에서다.

기업들은 해외 행사도 다채롭게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0회에 걸친 한국북춤 유럽 순회공연을 후원했다.

전통 무용을 유럽에 알리면서 이를 통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둔 것. 삼성전자가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을 후원하고, SK가 장학퀴즈를 중국에 '수출' 한 것도 현지 마케팅의 일환이다.

지원 분야도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대상은 해마다 전주대사습놀이.춘향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LG정유는 매년 5월 어린이 환경미술대회를 열고 있다.

SK는 계열사 공장이 많은 울산에 2005년까지 1천억원을 들여 1백만평 규모의 대규모 자연도시공원을 조성, 무상으로 기증할 계획이다. LG연암문화재단은 한국관계 귀중본 고서(古書)찾기 운동에 10억원을 지원했다.

이밖에 현대그룹.현대증권.현대중공업 등은 각각 '김자경오페라' . '베세토오페라' . '명성황후' 등을 지원했다. 포항제철은 지난해에만 '메세나' 에 10억여원을 들였다. 특히 본사가 있는 포항에서 음악회.전시회.문화행사 등을 자주 열어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박성용(朴晟容)예술의 전당 이사장이 명예회장인 금호그룹의 '문화사랑' 은 남다르다. 금호는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연주단체인 금호현악사중주단을 운영하고 있다.

◇ 메세나란〓로마제국의 대신이었던 '갈리우스 실리니우스 메센스' 의 이름에서 유래된 프랑스어. 그는 예술활동을 적극 지원해 로마의 예술 부흥에 크게 기여했다.

김동섭.표재용.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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