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 빠지고 군수공장 간 김정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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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자강도의 한 군수공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뒤편 벽면 양쪽에 ‘군수생산에서 동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김정일 지시가 걸려 있고 시계는 7시55분을 가리키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도춘 노동당 비서(군수담당), 후계자 김정은, 당 간부 김춘섭(직책 불명), 김정일, 공장 관계자. 북한은 4월 6일 이 사진을 전송하며 ‘자강도의 공장’이라고만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일(69)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27)이 북부 자강도의 한 군수공장을 방문한 모습이 공개됐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5일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6일 전송한 김정일 부자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방문 장소가 ‘국방공업’ 관련 시설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사진에는 김정일과 김정은의 뒤편으로 ‘군수생산에서는 동(銅)이 강재 못지않게 중요합니다’는 붉은색 글귀가 쓰여 있다. 또 ‘동이 매우 긴장(부족)함으로 이 문제를 결정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김정일 교시도 붙어 있다. 다른 사진에는 용광로 작업을 지켜보는 김정일의 옆 유리창에 비친 ‘지금 사회주의 건설에서는 금보다 동이…’란 문구가 드러난다.

 김정일 부자의 방문에는 자강도 출신으로 2005년부터 5년간 자강도 당 책임비서를 지낸 박도춘 2경제(군수) 담당 비서와 군수 전문가인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이 동행했다. 정보 관계자는 “탄피 등에 쓸 동 제련과 무기 제작용 특수강을 생산하는 곳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앙통신은 같은 날 전송한 또 다른 사진들에는 ‘압록강다이야(타이어)공장’ 등 설명을 붙였으나 2장의 사진은 ‘자강도 공장’이라고만 밝혔다. 김정일의 군수시설 방문 장면 공개는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일 사진을 철저히 검열한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군수시설 방문을 알리려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부주의로 공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김정일 부자는 지난달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채 이곳을 비롯한 군수공장을 찾은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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