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조례안은 모두 부결 … 곽노현 조례안은 모두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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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국회에서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남은 절차는 납북피해자와 유족들의 피해 신고와 조사다. 신고가 돼야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아 조사할 ‘실무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고 올 1월 시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아직 시의회에 묶여 있다. 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통과시키지 않아서다. 백호 서울시 행정과장은 “자치구에서 취합해 서울시로 넘긴 피해 사례는 120건인데 조사할 실무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구에서 접수한 지 60일 이내에 조사하도록 돼 있는데 조사할 위원회가 없어 90건은 기한을 넘길 위기”라고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오세훈 시장이 올 들어 4월까지 시의회에 발의한 14건의 조례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반면 진보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제출한 6개의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5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원이 발의해 본회의를 통과한 조례안 수도 정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2월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9건의 의원 발의 조례안 중 민주당이 낸 것은 8건, 한나라당이 제출한 것은 1건이었다. 4월 임시회를 통과한 10건 중에서도 민주당 발의안은 9건, 한나라당 발의안은 1건이었다

 시의회와 시장의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시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보고 있다. ‘서울특별시 노인장기요양보험 비용부담에 관한 조례안’ 등 민생 관련 조례안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자치구별 정비사업을 하기 위해 검토가 필요한 ‘도시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 변경에 관한 의견청취안’도 계류 중이라 사업 지연에 따른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조례안은 보통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전체 114석 중 3분의 2가 넘는 78석을 차지하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인 오 시장과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부터 예산안과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놓고 대립하면서 의회가 시장이 제출한 조례안을 늘 기각할 수 있는 구조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회기당 20~30건씩 안건을 결정해야 시정을 운영할 수 있는데 민주당이 다수의 횡포를 부리면서 시정 운영이 파행으로 흐른다”고 말했다. 김명수(민주당) 의원은 “오 시장이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례안을 제출했다고 설명도 안 듣고 의결할 수는 없다”며 “시장이 먼저 의회에 나와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민생과 관련된 조례라면 정파를 떠나 함께 토론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시와 의회가 시민을 볼모로 잡고 감정 싸움을 하고 있어 한심하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조례(條例)=지방자치단체의 의회에서 만드는 자치 법규.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제안할 수 있다. 제출된 안건은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해 본회의에서 의결된다. 주민의 권리 제한, 의무 부과 사항, 벌칙을 정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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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서울시 시장

1961년

[現]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제18대)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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