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빈 라덴 시신 사진 공개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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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고심 끝에 빈 라덴의 시신 사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이 공개될 경우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빈 라덴 죽음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내가 직접 사진을 봤으며 빈 라덴이 분명했다”고 했다. 관련 사진은 빈 라덴 사살 직후 장면과 수장하는 장면 등 총 3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 마이크 로저스 위원장도 “알카에다가 미군 지도자를 살해한 뒤 그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했을 때 우리 국민이 보일 반응을 생각해 보라”며 “해외 주둔 미군의 안전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는 “미국을 파괴하려는 또 다른 이들에 대한 경고로 사진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켈리 에이요트 여성 상원의원도 “음모론을 불식하기 위해 사진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이 “빈 라덴의 죽음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이라는 제목이 붙은 e-메일을 열어 보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미국의 폭스뉴스가 4일 보도했다. 이런 e-메일들은 대중의 관심을 악용해 관련 링크에 악성코드를 심어 놓았거나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숨겨 놓았다는 것이다.

 FBI에 따르면 e-메일을 열어볼 경우 개인 정보가 유출되거나 친구와 가족들에게도 악성코드나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된다. 아는 사람 이름으로 보내진 것이라 해도 열어보면 안 된다는 게 FBI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컴퓨터 보안전문업체 시만텍(Symantec) 관계자는 “스팸 메일에는 위조된 빈 라덴의 사망 사진과 비디오가 링크돼 있으며 클릭하면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악성 프로그램에 감염된다”며 “언론사의 이름을 도용해 수신인들이 믿고 열게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5일 빈 라덴의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남자 3명이 사살 현장에 쓰러져 있는 사진을 파키스탄 보안관리로부터 입수해 공개했다. 이 사진들은 빈 라덴 사살 직후 그의 은신처에서 파키스탄 측이 촬영한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시신들은 모두 피투성이에 참혹한 모습이어서 신문 지면을 통해 사진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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