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주부 꿈이 자라는 열린 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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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4일 정식으로 문을 연 다문화음식점 다림촌에서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횡성군 제공]


“어서 오세요.”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읍상리에 위치한 음식점 다림촌. 태국 출신으로 지난해 6월 결혼해 횡성에 온 찌라난(20)씨는 약간 색다른 억양의 인사말을 건넨다. 손님이 자리를 잡으면 그는 물 컵을 들고 다가가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는 주방을 향해 “고이꾸온 2인분요”라고 외친다. 고이꾸온은 월남 쌈이다. 다림촌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횡성지역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일터인 다림촌(多林村)이 문을 열었다. ‘서로 다른 개개인이 어울려 작은 마을을 이룬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진 다림촌은 다문화가정 주부가 운영하는 다문화 음식점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지만 그 동안 메뉴를 개발하고 시식평가를 하는 등 준비과정을 거쳐 4일에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횡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횡성군과 가톨릭원주교구사회복지 법인의 지원으로 지난해 5월 건축면적 197㎡ 규모의 건물을 구입하고 서울시 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전통한옥 형태로 리모델링했다. 식당은 방과 2개의 홀 등 8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식당을 꾸미는 동안 다문화가정 주부를 대상으로 음식조리교육도 이뤄졌다.

 다림촌은 오설매(중국)씨와 프엉(베트남), 루스 길 랑(필리핀), 찌라난, 방 티 타이엔(베트남) 씨 등 5명이 운영한다. 베트남 요리사 자격증이 있는 프엉씨와 오설매씨가 주방을 맡아 음식을 만들고 나머지는 서빙 등을 하고 있다.

 메뉴는 베트남 음식 포(쇠고기 쌀 국수)를 비롯해 태국 요리 카오팟 사파로드(파인애플 볶음밥), 카오팟 꿍(새우 볶음밥), 팟타이(볶음밥), 캄보디아의 롱티오(돼지고기 새우 다짐 튀김), 중국의 위샹로우쓰(돼지고기 야채볶음) 등이다. 한국음식으로는 손 칼국수와 만둣국, 비빔밥 등이 가능하다. 6월부터 소바 등 일본음식도 선보인다.

 다림촌은 다문화가정 주부가 운영자로 수익은 재료비와 운영비, 적립금을 제외하고 분배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아직 홍보가 덜 돼 수익이 많지는 않지만 종일 근무자의 경우 최저생계비 정도를 가져간다고 한다. 반장이자 중국음식 조리를 맡고 있는 오설매(41)씨는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우리가 주인이니까 마음이 편하고 재미있다”며 “장사가 잘 돼 더 많은 다문화가정 주부가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림촌은 단순히 음식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횡성지역 다문화가정의 사랑방이자 다문화 소통의 공간이다.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 순서대로 돌아가며 국적별 사랑방을 운영한다. 같은 나라 출신 다문화가정 주부와 가족이 모여 그 나라 음식을 해 먹고 얘기하는 등 자신의 나라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영화 상영 등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다림촌은 또 금요일은 메뉴 이외 여러 나라의 가정식을, 수요일은 각 나라의 전통 차를 맛보는 것은 물론 그 나라 축제일에는 전통의상을 선보이는 등 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소로 활용된다. 최제인 횡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총괄팀장은 “다림촌이 다문화가정 주부의 일터이자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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