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창을 피한 두 번의 게걸음 (77·8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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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 2국>
○·박정환 9단 ●·허영호 8단

제7보(76∼85)=흑▲마저 당하자 도사처럼 무표정하던 소년 기사 박정환 9단의 얼굴에도 살그머니 흥분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 76은 대마 공격을 위한 수순 밟기. 그러나 허영호 8단이 바로 막지 않고 77로 비켜서자 박정환의 목구멍에선 ‘아차!’ 하는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수순이 틀렸다. 진즉 이 수(76)를 두었으면 흑은 바로 막을 수밖에 없었고 77 자리는 백의 권리가 됐을 것이다. 84 쪽의 단점이 저절로 해소되는 것이다. 하나 한 박자 늦게 76으로 찌르자 77이란 좋은 수가 나타났다.

 82로 건너 붙여 끊으려 할 때 83의 게걸음도 좋은 수. 84가 불가피할 때 85로 연결하는 호흡이 아주 부드럽다. 83으로 ‘참고도1’ 흑1로 막으면 백2의 따냄. 흑3엔 백4가 기막힌 선수. 여기서 6으로 끊으면 흑은 파탄이다. 그렇다면 84로 ‘참고도2’처럼 선수하면 되지 않을까. 이건 더 나쁘다. 흑은 2로 반격해 8로 움직인다. A와 B가 맞보기 형국이라 백이 오히려 파탄을 맞게 된다. 허영호는 77과 83이란 번의 게걸음으로 상대의 날카로운 창을 피해냈다. 박정환은 급해졌다. 이대로 가면 진다. 피만 흘리고 전투를 끝낼 수는 없다. 중앙 흑 대마를 노려보는 그의 눈길이 독해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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