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FTA로 활짝 연 세계 최대시장, EU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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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 2월 유럽의회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을 통과한 데 이어 4일 우리 국회도 이를 비준했다. 2007년 5월 첫 협상을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양측 간 자유무역은 7월부터 잠정 발효된다.

 유럽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이 16조4000억 달러로, 전 세계의 30%를 차지한다. 미국(14조3000억 달러)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인 것이다. 우리와의 교역은 지난해 922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수출 역시 지난해 535억 달러로 중국(1168억 달러) 다음이었다. EU는 특히 우리의 수출이 수입보다 148억 달러나 많은 전략 수출지역이다. EU는 평균 관세율이 5.3%로 미국(3.5%)보다 높다.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10%), TV 등 영상기기(14%), 섬유·신발(최고 12~17%) 관세율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무관세 수출이 점점 늘어나면 한국 경제는 또 한번 도약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FTA는 기존 FTA와 비교할 때 발효 즉시 자유무역 비율이 높다. EU는 공산품의 99%에 대해 3년 내 관세를 없애고, 5년 내 완전 무관세로 가기로 했다. 우리는 3년 내 관세철폐 품목이 96%이며, 일부 민감 품목은 철폐 기간을 7년으로 정했다. 승용차의 경우 양측 모두 배기량 1500㏄ 초과는 3년 내, 1500㏄ 이하는 5년 내에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쌀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고, 감귤·고추·마늘·양파 등은 지금 관세가 유지된다.

 한국이 일본·중국보다 먼저 유럽과 FTA를 맺음으로써 EU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는 이번 FTA로 한국의 FTA 교역 비중은 15%에서 25%로 올라가 일본(17%)이나 중국(19%)을 추월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유럽과의 FTA로 한국에서 EU 기업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은 물론 유럽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 의회가 한·미 FTA 비준을 서두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미국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미 행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된 뒤 한국 쇠고기 시장의 위생 조건에 관한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은 “한국 국회의 비준을 기다리지 않고 내부 절차가 마무리되면 비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협상을 타결 지을 예정인 한·호주 FTA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는 다음 달 공인회계사법 등 9개 관련 법안을 처리함으로써 한·EU FTA가 예정대로 발효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FTA를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계층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FTA의 혜택을 수출 대기업들이 독식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신발이나 섬유 등 중소업계가 볼 이익도 적지 않다. 또 많은 중소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대기업과 거래하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그들 역시 FTA로 특별히 불리해질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FTA의 혜택이 중소업계에도 적절히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은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