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시신, 아프간 미군기지서 DNA 채취…항모 칼빈슨함서 이슬람식 장례식 후 바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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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요원이 2일(현지시간) 사살한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은 사망 9시간 만에 아라비아 북부 해역에 수장됐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작전을 마친 네이비실 요원들은 사망한 빈 라덴의 얼굴을 확인한 뒤 시신을 헬기로 아프가니스탄 미군 기지로 옮겼다. 이곳에서 DNA 샘플 채취와 얼굴 인식 등 시신의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됐다.

 미군은 시신에서 채취된 DNA 샘플과 본국에서 전송된 빈 라덴 누이의 뇌세포 DNA를 비교해 시신이 빈 라덴 것임을 확인했다. 빈 라덴 누이는 몇 년 전 미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 뇌종양으로 숨졌다. 미 정보당국은 만일에 대비해 누이의 뇌세포 조직을 미리 채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빈 라덴의 시신은 아라비아해 북부 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으로 옮겨졌다. 항모 위에서는 간소한 이슬람식 장례 절차가 진행됐다. 시신을 깨끗하게 씻긴 뒤 흰 천으로 감싸 시신 수습용 비닐 가방에 담았다. 시신이 물에 뜨지 않도록 가방에 무거운 물체를 함께 담아 바다로 밀어 넣었다. 작전 개시 9시간 만의 일이다.

 미 정부 관계자는 “빈 라덴의 시신을 그의 국적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도를 거부한 데다 땅에 매장할 경우 매장지가 빈 라덴 추종자들의 성지(聖地)가 될 것을 우려해 수장했다”고 말했다고 미 ABC 방송이 전했다. 또 작전 수행 직후 수장한 이유에 대해 “이슬람 풍습에 따르면 무슬림이 사망하면 24시간 내에 시신을 씻고 흰 천으로 감싸는 등 의식을 치른 뒤 매장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군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두 아들의 시신은 사망 11일 뒤 매장했다”며 “이슬람에선 묘비를 세우지 않아 빈 라덴의 묘지가 성지가 될 것이라는 것도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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