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못 박힌 시신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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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북 문경의 한 폐채석장에서 50대 남성이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숨진 남성의 차량 내부 모습. (경북지방경찰청 제공=연합뉴스)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 한 폐채석장에서 50대 남성이 십자가에 못 박혀 숨친채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제작 관련 도면. (사진=경북지방경찰청 제공=뉴시스)


경북 문경의 한 채석장에서 50대 남자가 십자가 형태의 대형 각목에 손과 발이 못에 박힌 채 숨진 상태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일 오후 6시쯤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의 한 폐 채석장에서 김모(58·개인택시 기사·경남 창원시 가음동)씨가 숨져 있는 것을 양봉업자 주모(53)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속옷 하의만 입은 김씨는 높이 1m80㎝, 가로 1m87㎝의 십자(十) 모양 대형 각목에 양손과 두 발이 대못에 박히고, 목은 나일론 끈에 묶인 채 숨져 있었다.

또 머리에는 가시 면류관 형태의 물건이 올려져 있었다. 오른쪽 옆구리에도 예수가 처형될 때 생긴 것과 비슷한 모양의 상처가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십자가에 건 나일론 끈으로 목을 묶은 뒤 자살했거나 타살됐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자살로 보는 것은 김씨가 몇 년 전부터 종교에 심취한 데다 숨진 곳 옆 천막에서 십자가 모양과 제작 방법 등을 그린 도면과 십자가에 목을 매는 방법 등을 적은 메모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손과 발에 대못이 박힌 것은 공구로 손발에 구멍을 뚫은 뒤 십자가에 미리 박아 놓은 못에 끼운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혼자서 이런 자살을 감행하는 게 쉽지 않아 타살됐거나 아니면 김씨가 자살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9일 창원에서 문경으로 와 천막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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