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 세계 최대 핵잠수함 미시간호 … 내부·훈련영상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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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미연합사령부는 2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정박 중인 미 핵잠수함 미시간호의 내부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승조원이 어뢰발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는 MK-48AC 어뢰 8기가 탑재돼 있다. [송봉근 기자]


사방은 온통 계기판이고 셀 수 없이 많은 버튼뿐이다. 승조원 2명이 나란히 앉아 자동차 스티어링휠 같은 조타기를 좌우로 움직인다. 왼쪽 조타기는 수심을 조절한다. 오른쪽 조타기는 방향을 조종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 중 하나인 미 해군 핵잠수함 ‘미시간호(SSGN 727)’를 움직이는 두뇌에 해당하는 주조정실 모습이다. 미시간호 내부가 2일 오후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미시간호는 지난해 한국에 두 번 입항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전에는 몇 차례 들어왔는지조차 비밀일 정도로 잠수함의 움직임 자체가 군사정보다. 이번 언론공개는 그래서 이례적이다.

세계 최대 핵잠수함 미시간(SSGN-727·Michigan)호 ● 취역 : 1982년(오하이오급 유도미사일 잠수함) ● 길이 : 170.7m ● 폭 : 13m ● 만재 배수량 : 1만8450t ● 원자로 : 1기 ● 속력 : 25노트 이상 ● 무장 :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기, 어뢰발사관 4문


 어른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미로 같은 통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1층 주조정실에 들어갔다. 안내를 맡은 매슈 채프먼 소령은 “주조종실에서 근무하는 승조원들은 미시간호에서 가장 우수하다. 특수 훈련을 받은 뒤 경력 15∼2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고 말했다. 승조원들은 교대로 6시간씩 근무한다.

 주조정실 바로 옆에는 공격통제실이 있었다. 미시간호에 실려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어뢰 발사를 통제하는 곳이다. 승조원들이 8개의 모니터를 보면서 무기를 발사하는 곳이다.

미 핵잠수함 미시간호를 조정하는 주조정실 내부. 이 핵잠수함의 ‘두뇌’에 해당한다.


 벽면에 붙어 있는 모니터에는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훈련 장면이 나타났다. 수중에서 미시간호 함교 위의 둥근 발사관 20여 개가 열리면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붉은 불기둥을 내뿜으며 수면 위로 치솟아 날아가는 장면이었다. 모니터로만 봐도 엄청난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3월 리비아 사태 때는 토마호크 미사일 124발이 다른 핵 잠수함에서 발사돼 카다피 진영을 유린했다. 미시간호에는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이 실려 있다.

 공격통제실 옆은 특수작전실이었다. 미시간호에는 특수부대원들이 소형 잠수정이나 특수보트를 타고 잠수함에서 바로 수면 위로 올라가 작전할 수 있는 특수 도크가 있다. 특수부대원 60명이 머무르며 90일 동안 작전을 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잠수함 가장 아래쪽인 4층 어뢰실에는 초록색 어뢰 8개가 양쪽에 장착돼 있다. MK-48AC라는 어뢰는 무게가 5000파운드(약2.3t), 길이 14.7피트(약 4.5m)다. 어뢰는 수면 위에 떠 있는 군함 밑에서 폭발하면 물이 양쪽으로 갈라져서 배가 자체 무게로 두 동강 나게 한다. 천안함이 두 동강 난 것과 같은 원리다.

 함장인 필립 맥러플린 대령은 “미시간호는 작전 중에 각 나라를 방문해 물자를 공급받고 승조원들은 휴식을 취해 왔다. 미시간호가 지역 평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리기 위해 특별히 공개했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미시간호=길이 170m, 배수량 1만8000t 규모에 15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다. 시간당 최대 46㎞를 이동하고 수심 243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다. 1600㎞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히 요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154발 탑재하고 있다. 1982년 핵 미사일 발사용 잠수함으로 건조됐다. 핵 미사일을 사용하는 경우가 없자 2006년 토마호크 발사용으로 개조했다. 한번 잠항하면 최대 120일까지 작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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