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63-수읽기의 백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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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 2국>
○·박정환 9단 ●·허영호 8단

제5보(53~63)=함께 연구하면 속을 털어놓아야 한다. 일인자에겐 ‘손해’의 의미가 있다. 자신의 바둑관은 곧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이 복기는 열심히 해도 공동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바둑의 깊이는 끝도 없어 같은 장면을 함께 연구해도 막상 실전에선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 백이 우상을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는데 이 전투에선 63의 붙임이 ‘백미’라 할 수 있다.

 우선 ‘참고도1’을 보자. 이 바둑은 삼성화재배 8강전으로 원성진 9단이 백이고 박정환 9단이 흑이다. 원성진은 백1로 침입했으나 박정환이 10의 붙임수를 두자 더 이상의 전투를 할 수 없다고 보고 손을 돌렸다. 그 이유가 ‘참고도2’다. 흑을 계속 차단하면 4를 선수당하고 8로 봉쇄되면 귀를 살아야 하고 그 다음 흑A의 역습을 당하게 된다.

 이 판은 백이 박정환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그 역시 자신이 이미 사용했던 63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계속 차단하면 B의 봉쇄를 선수로 당하고 C는 흑의 몫이 된다. 그래도 이 전투를 강행할까. 원성진 9단과의 8강전 과는 다른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일까. 이들 세 사람은 같은 연구회 멤버인데 실전은 이렇게 제각각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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