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나 노태우 前 대통령과 인연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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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근무할 당시 내가 다니던 한 금융회사가 한국의 재벌인 당시 동방그룹과 합작을 했다. 그때 노태우 대통령을 만났다."

세계적 전략홍보 컨설턴트 회사 '크리에브(Kreab)와 개빈 앤더슨 앤 컴퍼니(Gavin Anderson & Company)' 중국 매니징 파트너 톰 그리머 씨는 입을 뗐다. '노태우'라고 말하는 그의 발음이 아주 정확하다.

중국에 있다 보면 우연히도 이렇게 한국과 인연이 있는 외국인들을 가끔씩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제법 '흥미로운' 얘기를 듣는 수가 있다. 마침 이번 주에 노 태우 前대통령 목에 한의원에서 쓰는 침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당시 신 명수 동방그룹 사장의 딸 신정화씨와 노 태우의 장남 노 재헌씨가 결혼을 했다. 사돈관계다. "한 번은 노태우 대통령이 홍콩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아직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이었다. 그를 태운 리무진들이 호텔 앞에 쭉 서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며칠 후 내 보스의 책상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그와 노태우씨와 악수하는 사진이 턱 세워졌다."

여기까지 단번에 말을 한 그리머씨는 다음 말을 잇기 전에 물을 한 잔 마신다. "하지만 노 태우씨가 감옥에 가는 것이 발표되던 날, 바로 그 사진이 내 보스의 책상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다국적 기업의 PR담당 총책임자인 그리머씨의 첫 직장은 놀랍게도 1980년대 신화통신사였다. "국제부에서 일했다. 그때는 신화통신사 기자 식당이 베이징에서 가장 맛있다는 소문이 났던 시절이었다."

많은 기자들이 그처럼 나중에 회사의 홍보전문가 등으로 전향한다. "기자직은 돈을 벌지 못하는 직종이다. 그것이 직종을 바꾸는 계기다." 저널리즘은 요즘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언론을 하는 저자도 '딴 것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하니 그는 대뜸 나의 나이를 물었다.

"그 나이라면 아직 저널리즘에 더 있어도 괜찮은 나이다. 기자는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특별한 소명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도 가끔씩 기자시절이 그립다."

써니리 (= 베이징)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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