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제2외국어, 왜 아랍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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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재학생들은 제2외국어가 외고생이나 서울대가 목표인 수험생만 선택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제2외국어는 상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모든 학생들이 선택해야 하는 과목이다. 제2외국어·한문이 필수 응시 과목인 서울대 인문계 외에도 많은 상위권 대학에서 제2외국어·한문 과목을 다양한 형태로 반영한다.


서울권 30여 개 대학 중 20개 대학이 제2외국어·한문을 반영한다.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할 경우 사탐이나 과탐 한 과목을 대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가장 흔한 반영 방식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동국대, 숙명여대, 단국대 등은 자연계일부 모집단위에서도 제2외국어·한문을 반영한다. 고려대는 한 술 더 뜬다. 인문계뿐 아니라 자연계 전 모집단위에서 탐구 과목을 제2외국어·한문으로 대체할 수 있다.

반영 방법은 탐구 과목과 동일하다. 대학별로 백분위 점수에 기준해 변환된 표준점수를 각각 정하고 그 점수를 반영한다. 성적표에 적힌 ‘표준점수’가 아닌 ‘백분위’를 점수로 바꿔 반영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려대는 바로 이 과정에서 제2외국어·한문 응시생에게 큰 혜택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동일하게 백분위 99라면, 사탐 선택자는 70.36점, 과탐 선택자는 71.12점, 제2외국어·한문 선택자는 75점을 얻는다. 제2외국어·한문 선택자에게3~4점의 점수를 그냥 얹어 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도 제2외국어·한문을 선택해 이점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할까? 일반고생이라면, 그리고 전공 언어성적이 좋지 않은 외고생이라면 아랍어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랍어는 현재 제2외국어·한문 총 8개 과목 중 선택자가 가장 많다. 선택자가 많은 과목이 일반적으로 유리하다. 제2외국어 중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는 외고에 개설돼 있어 일반고생이 선택하기엔 부담스럽다. 일반고생은 아랍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표3]을 보자. 6월, 9월 아랍어 응시자 1만2000명을 제외한 3만7000명은 공부하지 않고 응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아랍어는 낮은 점수를 받는 학생이 많으며 조금만 공부해도 성적을 올리기 쉬운 과목이라는 뜻이다. 그럼 얼마나 쉬울까?


[표4]를 보면 다른 제2외국어에 비해 아랍어의 등급 컷은 매우 낮다. 지난해의 경우 아랍어는 원점수 20점만 넘으면 2등급이 나왔다. 점수를 얻기가 가장 쉬운 과목이 바로 아랍어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김찬휘 티치미 대표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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