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열정·재능 마음껏 쏟아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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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당신의 욕구를 백화점에서 쏟아내세요.’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최근 ‘고객 쏟아내기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쏟아내기 마케팅’이란 고객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기회를 백화점이 마련해 주자는 것으로, 고객의 자아실현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도 있다.

 이 회사 정지영 상무는 “지난해 말 포커스그룹 인터뷰(FGI) 결과 ‘열정’ ‘젊음’ ‘교류’ 등을 언급한 고객이 많았다”며 “단순히 제품 값을 깎아주고 사은품을 주는 차원을 넘어 고객에게 참여의 기쁨을 주는 쪽으로 마케팅을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50대 이상 소비자들이 재력은 물론 다양한 재능과 봉사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1차적으로 이들에게 주력했다.

경쟁사들이 20~30대 소비자에게 맞춰가는 것과 차별화한 포석이다. 정지선 회장 등 그룹 수뇌부도 “적극적으로 고객들이 욕구를 배설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첫 결과물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현대백화점 창사 40주년 합창제’였다.

이 회사 전국 11개 점포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고객 합창단과 직원 합창단 등 총 12개 합창단이 참여했다. 참가자 평균 연령은 53세였다.

합창제에는 관객을 포함해 1000여 명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중장년층 사이에서 재능 기부 방법을 묻는 이가 늘면서 최근에는 ‘파랑새 선생님’이란 고객재능기부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문화센터만 10년을 넘게 다녀서 남을 가르칠 정도 수준에 이른 분이나 정년퇴직자처럼 다양한 사연을 가진 고객들이 끊임없이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4월 말 현재 110여 명의 고객 선생님이 공부방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재능 기부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고객동호회 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직원과 소비자가 함께 봉사단을 조직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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