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출산 - 저취업 개선돼야 선진국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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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30일 우리나라의 가족정책이 회원국 가운데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며, 여성 취업률도 28위라고 발표했다. 정부의 육아 지원도 회원국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내 조사 결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가족 지출은 OECD 회원국 중 꼴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지원 정책의 정부 지출 비중은 프랑스와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3%를 훌쩍 넘는데, 우리는 겨우 0.57%로 조사됐다.

 이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과, 확 바뀌지 않는 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의 나라에서 경제 활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또 여성 취업률이 낮으면 국민소득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여성 취업률이 1% 올라가면 1인당 국민소득도 1%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선진국들이 고(高)출산율-고(高)취업률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저출산-저취업이 된 데는 물론 까닭이 있다. 여성이 일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이 걸림돌이다. ‘워킹 맘’들에 대한 편견도 문제다. 일은 등한시하고 육아만 신경 쓴다고 비난하고, 여직원 두 명이 동시에 임신하는 걸 막는 직장 풍토에선 이들이 버틸 수 없다.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꺼리는 건 당연하다. 30대 여성의 취업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출산을 택했지만 도저히 육아와 병행하기 힘들어서다.

 여성들이 일과 육아, 직장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밖에 없다. 무엇보다 근로시간을 줄여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과 균형돼야 한다. 재택 근무나 시차 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도 활성화해야 한다. 워킹 맘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의 확충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기업이 정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