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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 위안화 매수…곡물·원유·은값 앞으로 더 많이 오를 것”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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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세계 일주 여행 중이던 1999년 5월 한국을 찾은 짐 로저스(왼쪽)와 약혼자(당시) 페이지 파커의 모습. 특수 제작한 노란색 벤츠 승용차도 보인다. [중앙포토]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69·사진)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내 생애 최고의 투자는 두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은 오토바이로, 또 한번은 자동차로 세계 여섯 대륙을 누비며 각국의 경제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체험했던 그는 “19세기가 영국의 시대, 20세기가 미국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과 가까이 위치한 한국에도 커다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저스 회장은 “중앙SUNDAY 독자들도 자녀와 손자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미국 앨라배마주의 작은 시골마을(데모폴리스) 출신인 로저스 회장은 다섯 살 때 야구장에서 빈 병을 모으고 땅콩을 파는 것으로 비즈니스에 눈을 떴다. 예일대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하던 시절엔 “등록금 마감일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장학금을 이용해 투자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투자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미 육군 제대 후 단돈 600달러를 들고 월가에 뛰어든 그는 1970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창업했다. 하지만 38세가 되던 80년 “일생을 즐기며 살기에 충분한 돈을 모았으니 이제 삶의 향기를 많이 맡아 보고 싶다”는 이유로 퀀텀펀드를 떠났다.

이후 두 번의 세계일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컬럼비아대에서 금융학을 가르쳤다. 방송의 금융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다수의 베스트셀러 책을 펴냈다. 98년엔 원유를 비롯한 30여 종의 원자재 상품으로 구성된 ‘로저스국제상품지수(RICI)’를 개발하고 이 지수에 따라 투자하는 ‘로저스인덱스펀드’를 선보였다.

두 번째 세계 여행 중이던 2000년 1월 1일 둘째 부인과 결혼한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 두 딸을 얻었다. 2007년엔 뉴욕의 집을 처분하고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사했다. “홍콩·상하이보다는 공기가 맑고 환경이 쾌적하다”는 것이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였다. 현재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로저스 회장을 중앙SUNDAY가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인도는 국가부채 많아 부정적”
-당신은 중국 예찬론자다. 이유는 뭔가. 아시아에는 중국 외에 인도도 있지 않나.
“중국의 번영은 21세기 내내 지속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수입의 35%를 저축한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채권국이고,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공개(IPO) 시장이 됐다. 세계의 돈이 중국으로 몰려든다. 이런 나라는 번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도에 대한 내 생각은 부정적이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나 된다. 빚 부담이 크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없다. 기업 하는 환경도 좋지 않다.”

-중국에서도 최근 인플레가 심각한 상황이고, 부동산 가격에도 거품이 있어 보인다. 정치적·제도적인 면에서도 서방 선진국과는 차이가 많다.
“사실이다. 인플레는 단기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양적 완화’라면서 전 세계에 돈을 마구잡이로 풀고 있어서다. 중국 인민은행의 힘이 아무리 세졌어도 아직까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맞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장래에 대해선 낙관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상하이 등 동부 해안 일부 지역엔 부동산 거품이 존재한다. 중국 정부도 거품을 제거하려고 나섰고 결국 성공할 것이다. 정치적 자유와 인권 문제 등도 있지만 나는 사회 진화론을 믿는다. 19세기 미국을 생각해 보라. 불법이 판을 치고 정치인에 대한 매수가 횡행했다. 그러나 20세기에는 세계 최강국이 됐다. 최근 10년을 보면 중국은 점점 열린 나라가 되어 가는데 미국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느낌이다.”

-2007년 불 인 차이나(A Bull in China)란 책에서도 중국 투자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현재 중국 투자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합법적인 투자 기회가 생길 때마다 중국 위안화를 사들이고 있다. 선진국 통화와 달리 위안화는 아무 때나 전화 한 통으로 살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다만 현재로선 중국 주식을 추가로 사지는 않고 있다. 어느 나라 증시나 호황과 침체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호황기에는 팔아치우고, 남들이 시장을 떠나는 침체기에는 사들이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아직 중국 증시에는 이렇다 할 침체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다. 내가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살아있을 때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딸들에게 물려주고, 딸들이 또 손자·손녀에게 물려주리라 생각한다.”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남북이 통일되면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곳이 될 것이다. 나는 5년 안에 통일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북쪽의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이 남쪽의 경제력·기술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상승 효과)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 매우 긴장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비무장지대(DMZ) 부근의 땅을 사두고 싶다. 하지만 외국인에겐 워낙 규제가 심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정치적·군사적 리스크 때문에 한강 이북 지역의 땅값은 싸다고 들었다.”

로저스는 99년 특수 제작한 벤츠 승용차를 몰고 116개국을 도는 세계일주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도 2주간 들렀다. 당시 한국 여행의 경험과 소감은 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2003년)에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로저스의 첫 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인천항에서 승용차를 반입하는 데 워낙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이틀이나 걸렸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남녀 출생비율의 심각한 불균형, 과도한 보호주의와 기업 하기에 불편한 환경 등을 한국이 풀어 나가야 할 숙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더불어 먹는 피임약이 유망해질 것이라며 관련 회사 세 곳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는 개고기와 번데기를 맛있게 먹었던 일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몇 년 안에 세계적 식량난 닥칠 수도”
상품 투자는 로저스의 주특기다. 그는 70년대 초반 원유값이 배럴당 3달러 수준이었을 때 “장차 고유가 시대가 온다”며 원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대성공을 거뒀다. 2004년엔 짐 로저스의 상품시장에 투자하라란 책에서 “상품시장에 투자하면 앞으로 10년 또는 그 이상으로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상품시장의 ‘10년 강세장’을 예고했다. 그 10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상품 가격은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오를 것(much, much higher)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데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제학 교과서의 첫 장에 나오는 이론이다. 중국을 보라. 경제가 급성장하자 13억 인구가 동시에 더 먹고 더 쓰고 더 가지려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상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내며 전 세계적 인플레를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동일본 대지진도 발생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선 대규모 토목공사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재건 사업이 본격화하면 철강·시멘트·구리 같은 원자재가 부족하다고 난리를 치게 될 것이다.”

-상품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격 상승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는.
“곡물이다. 곡물 투자는 앞으로 10, 20년 혹은 30년 이상 유망할 것이다. 농경지는 줄어들고 농부들은 고령화되는데 식량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몇 년 안에 전 세계에 매우 심각한 식량난이 닥칠 가능성도 있다. 설탕 가격을 보면 최근 몇 년간 500%나 올랐지만 아직도 (물가상승을 감안한) 사상 최고가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농경지 투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미 땅값이 오르고 있지만 훨씬 더 많이 오를 것이다.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지역과 브라질,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람보르기니(이탈리아 스포츠카)를 모는 사람은 증권사 직원이 아니라 농부나 트랙터 기사가 될 것이다.”

-올 들어 중동 사태 등으로 원유도 크게 올랐다. 유가에 대한 전망은.
“유가도 훨씬 더 많이 오를 것이다. 10년 안에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특히 원유 매장량에 대한 통계가 매우 의심스럽다. 70년대 이후 추가로 확인된 대형 유전은 거의 없다. 원유 매장량에 따라 생산 쿼터를 배정받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자신들의 매장량을 부풀려 발표하고 있다. 유가는 곡물 가격 상승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들은 구리 가격이 오르는 것엔 상관하지 않지만 밀이나 설탕 가격이 크게 오르면 소요가 발생하기 쉽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장기집권 정권이 무너지는 곳이 더 나올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원자력의 대체재인 원유·천연가스 등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금·은 등 귀금속 가격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최근에 금과 은을 조금 샀다. 금보다는 은이 더 유망해 보인다. 은값은 곧 온스당 50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그래도 (물가상승을 감안한) 사상 최고가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10년 뒤 현재의 은값을 되짚어보면 ‘이상할 정도로 낮았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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