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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버선코가 저리 예뻤나...농익은 몸짓에 숨죽인 객석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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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호 05면

4월 23일 오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영산회상-니르바나’ 공연에서 법현 스님(가운데) 등 스님들이 바라춤을 추고 있다.

영산재(靈山齋)는 인도 영취산(靈鷲山)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여러 중생을 모아놓고 법화경을 설하는 모습을 음악과 노래와 춤으로 재현한 의식이다. 불교 음악인 범음범패(梵音梵唄)에 바라춤과 나비춤·법고춤 등 무용적 요소, 부처나 보살의 모습을 그린 괘불과 감로탱화 등 미술적 요소가 더해져 불교예술의 정수로 꼽힌다.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인 영산재는 2009년 9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2주년 공연 ‘영산회상-니르바나’, 4월 2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초청 무대를 펼쳐왔는데, 특히 올해에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공연이 확정돼 눈길을 끈다.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3만 석 규모의 카미엘 야외대극장을 비롯해 예루살렘 극장, 텔아비브대 대극장 등에서 공연을 한다. 한국불교 태고종 문화종무특보이자 영산재 기획홍보총괄을 맡고 있는 법현 스님은 “이스라엘 공연은 영산재가 종교를 떠나 인류의 중요한 전통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스라엘 전역에 생방송으로 중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현 스님은 이어 “현재 바티칸 공연도 추진하고 있으며 5월 23일 공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한국 불교문화가 세계 3대 종교권에 새롭게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산재는 올해 우즈베키스탄(8월 25~30일)과 일본(11월 1~5일) 공연도 잡혀 있다.

4월 23일 오후 7시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영산회상-니르바나’는 문화유산등재 2주년과 해외 초청 공연을 축하하고 더불어 천안함 피격, 구제역 발생, 동일본 대지진 등에 희생된 중생들을 위로하는 무대였다. 외국 무대에서는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무대 뒤에는 설치된 커다란 LCD 모니터 3개에는 주요 장면의 영상이 함께 비치면서 무대를 꽉 채우는 느낌을 주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나 휘날리는 눈발은 비교적 선명하게 표현됐다.
이날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바라춤이었다. 형형색색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바라를 낀 양손을 머리 위로, 가슴 앞으로 비빌 듯 마주치며 뭔가에 몰입된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은 군무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번 무대는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하는 외국 관람객을 위해 중간중간 전통 국악을 집어넣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국수호 전 국립무용단장의 ‘한량무’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양성옥 교수의 ‘태평무’였다. 풍류와 공부를 함께 배우던 조선시대 선비의 모습을 형상화한 한량무는 파워와 유려함을 동시에 갖춘 국 단장의 농익은 몸짓으로 단숨에 객석의 시선을 빼앗았다. 양 교수의 태평무는 탭댄스를 능가하는 잽싼 발놀림과 몸사위로 ‘우리 버선코가 저리 예뻤나’하는 감동을 주었다.

이번 공연에는 스님 38명을 포함해 무용단과 반주단 등 80여 명이 참가해 무대를 묵직하게 채웠다. 법현 스님은 “해외 공연에서는 일부 춤공연이 빠지고 다른 공연으로 채워진다”고 설명했다.

영산재와 국악 무대가 섞인 이날 무대는 전체적으로 한 호흡을 보여 주진 못했다.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진행됐는데 코너 간 이음새가 부족해 흐름이 단절되는 느낌을 주었다. 또 코너가 시작될 때마다 객석 오른편에 있는 스크린에는 간단한 설명이 올라가긴 했지만, 딱딱하고 단조로운 문어체 설명이어서 빠른 시간에 이해를 돕기엔 부족해 보였다. 외국 관람객들이 불교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간명하면서도 충실한 설명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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