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풍 레이스, 현대적 실루엣 … 케이트 드레스는 세라 버턴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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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매퀸(左), 세라 버턴(右)

이변은 없었다. ‘로열웨딩’의 신부인 케이트 미들턴의 드레스를 만든 건 영국 브랜드 ‘알렉산더 매퀸’을 책임지고 있는 영국 디자이너 세라 버턴(36)이었다. 이날 영국 왕실은 홈페이지를 통해 “케이트가 직접 매퀸 드레스를 골랐다”며 “전통적이면서도 예술적 감각이 잘 조합된 드레스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케이트는 올 1월 세라 버턴을 드레스 디자이너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퀸은 전위적인 디자인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버턴은 편안하면서도 우아해 보이는 섬세한 디테일에 집중했다. 케이트의 드레스도 마찬가지였다. 디자이너 서정기씨는 “잘 재단되면서도 실험적인 느낌을 주는 매퀸 특유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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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신부 드레스는 한마디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 줬다. 자수와 레이스로 장식돼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소매와 앞가슴을 덮은 레이스는 1820년대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수공예작업 방식을 그대로 따라 제작했다. 치마는 허리를 좁게 하고 엉덩이 부분을 부풀려 마치 꽃봉오리가 열리듯 퍼지는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는 빅토리아 시대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매우 현대적이었다. 소매가 한껏 부풀려졌던 고 다이애나비의 드레스와 달리 실루엣은 단순한 절제미가 돋보였다. 목이 가슴까지 깊게 파여 답답함을 피했다. 특히 고 다이애나비의 3분의1밖에 되지 않는 2m70㎝의 짧은 트레인은 세련된 느낌을 연출했다. 이에 대해 웨딩업체 비욘드더드레스 이영아 이사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어져 오는 영국 장인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여성미를 강조한 드레스”라고 평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미 3월부터 그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했지만 본인은 이를 부인해 왔다. 결혼식 당일까지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비밀에 부쳐지면서 드레스에 대한 궁금증은 최고조에 달했다. 버턴은 지난해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천재 디자이너 매퀸과 14년간 함께 일한 그의 ‘오른팔’이었다. 신부는 드레스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버턴과 함께 의논했다.

 신부는 이날 평소처럼 눈썹과 속눈썹을 진하게 하고 볼터치를 강조한 화장을 했다. 이를 두고 W퓨리피 미용실 김수빈 부원장은 “좀 더 화사하고 어려 보이는 효과를 내기 위한 화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머리 모양은 앞머리를 반묶음하고 자연스럽게 뒤로 늘어뜨렸는데 역시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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