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분간 2선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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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령특사로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9일(현지시간) 로테르담에서 한국전 참전비를 찾아 헌화했다. 이어 발커넨드 전 네덜란드 총리가 주최한 오찬에 참석하고 베아트릭스 여왕을 예방,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처럼 특사 일정을 소화한 박 전 대표는 국내 정치 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28일 출국 전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당이 국민 지지를 다시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에선 ‘박근혜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당사자는 로테르담에서 관련 질문을 받곤 "지금 이런 말을 할 장소가 아닌데…”라고만 했다.

 이날 서울에선 친이명박계로 이재오 특임장관과 가까운 안경률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 등 유력한 차기 후보군이 당에서 앞으로 큰 역할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당이 재·보선에서 패하자 친이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당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역할과 공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박근혜계 측에선 이런 목소리를 반기지 않고 있다. 친이계 주류가 재·보선 패배의 책임 문제를 적당히 넘기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박근혜 역할론’을 언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영남 출신인 친박계 의원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 이제 와서 박 전 대표를 찾는 건 저의가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이 대권 행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정몽준 전 당 대표가 당권(선출당직)과 대권(대선주자) 겸직을 허용하자고 요구하면서 확산된 ‘박근혜 당 대표론’에 대해 친박계는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를 수행 중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다시 당 대표를 맡는 것은 개혁의 후퇴이자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로테르담=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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