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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사 교과서, 성취의 역사 제대로 조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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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역사 교육 정상화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지난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배용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내년부터 한국사를 고교 필수과목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 출발점에 해당한다. 국민 절대 다수의 지지 속에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만큼 앞으로 운영 과정에서 파행이나 시행착오가 있어선 안 된다. 당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사(史)’를 깊이 있게 가르칠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정부도 이미 새 교과서 발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2월 발족한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가 교과서 집필과 검정에 관한 기본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중이다. 6월에는 국사교과서 검정 권한을 이관받은 국사편찬위원회가 교육과정 개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에 보고하고, 다시 국사편찬위에 피드백(feedback)되는 과정을 거쳐 집필·검정 기준이 최종 확정된다고 한다. 한국사 전문가나 일선 교사는 물론 사회 각계의 의견도 두루 수렴해 교육현장에 정말로 유익한 교과서들이 나오도록 힘쓰기 바란다.

 그동안 국사 교과서에서 문제가 된 것은 특정 사관(史觀)에 치우친 ‘입맛대로’식 서술이었다. 좌편향적이거나 때로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내용들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까지 불렀다. 이념편향적 견해를 교육용 도서에 주입한 집필자들도 문제였고, 이를 제대로 바로잡거나 걸러내지 못한 교육당국의 책임도 크다. 2008년 금성출판사 교과서 파문을 겪은 후 마련한 새 집필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작된 올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 6종도 KAL기 폭파사건(87년)을 단 한 곳도 다루지 않는 등 편향성 시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새 한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좌절에서 성공에 이른 역사를 긍정적으로 서술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 현대사의 빛나는 성취를 비뚤어진 시각으로 깎아 내리는 자학(自虐)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헌법 전문에도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뼈대 삼아 자유민주 체제로의 건국 과정, 역경으로 점철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고루 다루면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민족으로서 통일의 당위성과 함께 인권탄압, 세습체제, 크고 작은 대남 도발도 가르쳐야 균형이 잡힌다. 전체적으로 세계 최빈국 대열에서 유일하게 선진권 국가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에 대한 긍지가 바탕에 깔린 교과서여야 할 것이다.

 지금 준비 중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3년부터 사용된다. 따라서 일부 내용이 문제된 현행 교과서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시 수정 요구 절차를 밟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국사와 다른 사회탐구 과목 사이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대학입시에 한국사 성적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등 필수과목화에 따른 후속 조치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국사 필수화라는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내실 있는 운영이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