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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형 이발소 블루클럽 중국선 고급 미용실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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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블루클럽 중국 다롄점은 간판 색을 한국에서 쓰는 푸른색 대신 현지에서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바꿨다.

▶ 재능교육 베이징 법인이 중국인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베이징의 한 공원에 부스를 열고 상담하고 있다.

"기업은 매년 성장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시장에서 사라진다. 한국시장은 포화상태여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중국시장을 개척해야만 한다."

신세계 이마트 구학서 사장이 3월 상하이(上海)에 독자 건물로 된 이마트를 개장하면서 한 말이다. 국내 서비스업체들은 좁은 한국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서비스시장이 절대 필요하다. 지난해 말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3주년을 맞아 서비스시장을 포함해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표 참조>

법적인 진입 장벽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중국시장은 1990년대 말부터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공략했다가 줄줄이 쓴맛을 보고 물러났던 만만찮은 곳이다. 또 법과 달리 현실에선 지역마다 법 적용에서 차이가 나고, 법률 외적인 장벽도 높다. 중국 서비스시장의 가능성과 어려움, 진출 전략 등을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 담당자와 현지 전문가들에게서 들어봤다.

◆ 중국시장의 가능성=학습지 과외업체 재능교육은 94년 조선족이 많이 사는 옌지(延吉)에 진출해 조선족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다. 그러다 2003년 베이징(北京)사무소를 열었고, 이후 상하이.홍콩 등의 중국인들을 상대로 사업 무대를 넓히고 있다. 현재 중국의 학습지 과외회원은 5000여 명. 이 중 절반 정도가 조선족이 아닌 한족 회원으로, 앞으로 한족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게 목표다.

재능교육 해외사업팀 이영한 과장은 "중국엔 개인 과외형 사교육시장이 없어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경쟁자도 없다"면서 "중국인들이 새로운 학습 방법에 상당한 호기심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중국에도 한국형 사교육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형 이발소로 유명한 블루클럽의 정해진 사장은 요즘 거의 중국에서 살다시피 한다. 지난해 점포를 철수했던 상하이시장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현지에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블루클럽은 2000년 다롄(大連)에 '불로미점(不老美店)'이라는 이름의 회원제 고급 미용실로 진출한 이래 이곳에만 11개 매장을 내면서 시장 탐색을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중국에선 저가형으론 안 돼 고급 미용실로 사업구조를 확 바꿨다"며 "한류 영향으로 한국 연예인들의 머리모양을 따라하려는 중국인들이 많아 한국 미용실이 인기"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상하이에 '카페형 베이커리'라는 새로운 개념의 베이커리를 열었다. 카페와 빵집을 합친 형태다. 상하이에 이미 유명 베이커리가 많아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 결과 매장의 하루 매출이 서울의 중요 점포와 비슷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 만만찮은 중국시장=중국시장엔 한국 업체들의 실패담도 무수히 많다. 한국.일본 패스트푸드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롯데리아의 실패가 대표적인 경우다. 롯데리아는 98년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연 이래 고전하다 2003년 철수했다. 2002년 중국에 진출했던 한식점 '놀부'도 이듬해 시장에서 철수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중국시장처럼 선점 효과와 브랜드 효과가 큰 시장도 없다"며 "미리 진출했던 맥도널드.버거킹 등의 브랜드 파워에 가려 시장을 넓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웨딩.기념사진 업체는 상하이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다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이미 10여 년 전 들어와 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대만계 업체들이 견제하는 것이었다. 이들이 협공하면 상하이에선 발붙일 수 없다고 판단해 우선 앨범공장을 차리고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 서비스시장도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유명 서비스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거의 포화상태라고 말한다. 특히 서비스 개방 이전에 미리 들어와 시장을 선점하고 인지도를 쌓은 대만.홍콩 등 일부 업체가 서로 힘을 합쳐 새로 들어오는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경쟁도 힘들다는 것이다.

◆ 중국시장 진출 전략=무역협회 상하이지부 송창의 지부장은 "한국에서 통하는 게 중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철저하게 현지화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상지대 관광학부 이준혁 교수는 "외식업체의 경우 한국에서 하는 것을 그대로 가져갔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이 많다"며 "테스트숍을 통해 충분히 시장을 파악하고 현지화한 후 확장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블루클럽 정 사장은 "5년간 중국에 수업료를 바치며 배운 것은 중국에선 중국인을 중심으로 사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그래서 중국에선 매장 색깔을 상징색인 푸른색 대신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바꿨다. 또 앞으로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 프랜차이즈 영업권도 중국인에게 넘길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본부는 라이선스와 물류.기술만 갖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인에게 줘 동업자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KOTRA 상하이사무소 박한진 차장은 중국에 진출할 때는 상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뿐 아니라 중국시장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혼자 진출하는 것보다 유관 업계가 함께 진출해 세력을 키우고▶브랜드 인지도를 키우기 위한 몇 단계의 전략을 세우며▶외식업계는 차별화.고급화.전문화 포인트를 확실히 하고▶지역마다 서비스업 허가 조건과 기준이 다르므로 사전에 해당 지역 투자 담당자를 직접 만나 상담해야 한다는 것 등이 박 차장이 지적한 중국식 전략이다.

양선희.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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