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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두 방 … 바르샤, 레알에 챔스리그 4강 1차전 2-0 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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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맨 왼쪽)가 28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후반 42분 추가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마드리드 AP=연합뉴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아래 작은 사진)가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들의 축구는 왜 그토록 뜨거운가. 그들의 축구는 왜 그토록 가슴을 저미게 하는가.

 엘 클라시코. 스페인의 두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다. 그러나 여기에 축구 이상의 의미가 실려 끝없이 휘발한다. 그곳에는 카스티야와 카탈루냐라는 두 지역을 관류하는 뿌리깊은 대립과 반목의 역사가 일렁인다. 마드리드는 스페인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 카스티야의 간판 도시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심장이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유지해 온 카탈루냐는 1931년 스페인으로부터 자치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줄기차게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원했다. 1939년 스페인 내전의 승자 프랑코에게 ‘두 개의 스페인’은 없었고, 카탈루냐의 자치권은 박탈됐다. 카탈루냐의 언어와 문화는 탄압받았다. 오직 한 곳.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누 캄프만이 카탈루냐의 해방구였다. 이곳에서만 카탈루냐의 언어를 외치고 카탈루냐의 깃발을 휘두를 수 있었다. FC 바르셀로나는 반독재와 카탈루냐 독립의 아이콘이었다. 그들에게 중앙정부가 있는 마드리드의 축구팀은 타도해야 할 목표였다. 프랑코는 레알 마드리드의 가장 굳건한 서포터였다.

 1943년 6월 13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코파 델 레이(국왕컵) 준결승 2차전. 레알 마드리드는 더 강한 팀으로 평가받은 FC 바르셀로나에 11-1로 대승했다. 하지만 경기 전 스페인 국가보안부장이 FC 바르셀로나의 탈의실에 들어와 선수들을 협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는 무효가 됐다. 53년 레알 마드리드가 FC 바르셀로나에 입단하려던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알프레도 디 스테파뇨를 가로챈 것도 중앙정부 덕이었다. 디 스테파뇨가 뛴 11년 동안 마드리드는 다섯 차례나 유럽을 제패했다. 바르셀로나의 원한은 깊어만 갔다.

 75년 프랑코 독재가 막을 내렸다. 그래도 카탈루냐와 카스티야 지역의 갈등은 그대로였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대립도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런 상황 속에 두 명의 ‘루이스’가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91년부터 96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한 루이스 엔리케와 95년부터 2000년까지 FC 바르셀로나에서 뛴 루이스 피구가 주인공이다.

 엔리케는 레알 마드리드의 재계약 제안을 거부하고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피구는 FC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피구가 FC 바르셀로나 원정경기에 출전하는 날 팬들은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에 비유해 ‘JUDAS’라고 적힌 종이로 관중석을 뒤덮었다. 피구가 코너킥을 찰 때는 동전과 병, 돼지 머리가 그라운드로 날아들었다.

 잠시 꿈같은 시간이 지나간 적은 있다. 2008년 스위스·오스트리아에서 공동 개최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FC 바르셀로나의 사비·이니에스타와 레알 마드리드의 이케르 카시야스·세르히오 라모스 등이 힘을 합쳐 우승했다. 분위기는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까지 이어졌다. ‘유로 2008’ 멤버를 다시 내세운 스페인은 처음으로 월드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바르셀로나에서 휘날리던 스페인 국기는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독립을 외치는 시위가 계속됐다.

  28일(한국시간) 레알 마드리드의 홈 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레드카드 2장, 옐로카드 5장을 나눠 받는 혈전을 벌였다. 양 팀의 파울 수는 무려 46개였다. 메시가 2골을 넣은 FC바르셀로나가 2-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다음 달 4일 FC바르셀로나의 홈 구장 누 캄프에서 2차전이 열린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엘 클라시코’ 4연전의 마지막이자 올 시즌 최후의 대결이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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