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과표 양성화가 왜곡시킨 소득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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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6일 주영섭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예정에 없이 기자실을 찾았다. 전날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소득 불평등이 최근 10년간 크게 악화돼 ‘20대 80’ 사회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다. 이날 주 실장은 “통계 분석에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주로 자영업자인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상위 20%의 1인당 소득이 1999년 5800만원에서 2009년 9000만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하위 20%의 1인당 소득은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를 토대로 소득 불균형이 얼마나 악화됐나를 따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99년과 2009년의 비교 대상이 다른 계층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통계는 전체 사업자 중 종합소득세 신고자들을 대상으로 작성된다. 그런데 종합소득세 신고자는 99년 134만 명에서 2009년 357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과표 양성화 등의 영향이다. 이에 따라 전체 사업자 중 세금을 내는 과세자의 비율도 10년 새 36.6%에서 52.6%로 증가했다.

 즉 10년 새 하위 20%의 소득이 크게 낮아진 데는 기존에 세금을 내지 않은 저소득 자영업자들이 새로 통계에 편입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체 사업자를 100명으로 가정하고 소득별로 순위를 매긴다면 99년 과세자 상위 20%는 대략 1~7위, 하위 20%는 30~36위다. 반면 과세자가 크게 늘어난 2009년의 경우 상위 20%는 1~10위, 하위 20%는 43~52위가 된다.

 하지만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우리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양상은 최근까지 심화돼 온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 소득분배 관련 지표인 지니계수·소득5분위배율·상대적 빈곤율 등은 전국 단위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다 지난해 처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조민근 기자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보통 0.4를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본다. 이탈리아의 인구·통계·사회학자인 지니(C. Gini)가 소득분포에 대해 제시한 ‘지니의 법칙’에서 나온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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