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병에 취해 있었다” … 하이트·진로의 폭탄주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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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진로 이남수 사장(오른쪽)과 하이트맥주 김인규 사장이 25일 ‘진정한 통합’을 강조하며 하이트맥주의 신제품 맥주인 ‘드라이피니시d’와 진로의 주력 소주 ‘참이슬 후레쉬’로 만든 폭탄주로 러브샷을 하고 있다.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하이트진로그룹에 긴급 소방수가 투입됐다. 진로 이남수(59) 사장과 하이트맥주 김인규(49) 사장이다. 두 사람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주와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가 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9월 1일 통합법인인 ‘하이트진로주식회사(가칭)’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하이트진로그룹은 현재 오비맥주와 롯데주류(처음처럼)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2005년 합병 당시 58.6%였던 하이트맥주의 점유율은 현재 53.4%로 떨어졌다. 진로도 같은 기간 동안 53.4%에서 48.1%가 됐다.

 그래서 간담회 때 보인 두 소방수의 일치된 고백과 진단이 눈길을 끌었다.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후) 잃어버린 5년 동안 진로·하이트가 1등병에 빠져 있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진로가 40년간 1등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에는 ‘불편한 1등’ 자리에 있다”고 인정했다. 김 사장은 “경쟁사(오비맥주)에 진 것을 깨끗하게 인정한다”며 “점유율은 떨어졌고 신제품(드라이피니시d) 출시는 다소 늦었다”고 아쉬워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진로 이 사장은 행정고시(19회) 출신이다. 서울고 재학 시절 3년 내내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1989년 진로에 입사해 지난해까지 진로의 해외진출을 진두지휘했다. 현재 일본 막걸리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에는 진로가 주류업계 최초로 해외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 같은 점을 인정받아 지난달 전무에서 단숨에 사장으로 발탁 승진했다. 그는 “진로의 최고 무기인 영업조직의 근성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하이트맥주 김 사장은 그룹 내에서 영업통. 1989년 조선맥주(지금의 하이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특진을 거듭할 만큼 그룹 오너인 박문덕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영업지원 강화를 위해 하이트맥주 본사에 영업기획실을 만들고 성과보상제도를 도입했다. 경영기획실 담당 임원으로 근무할 당시 그룹 통합을 위한 조직진단을 맡았다. 그는 “그룹 전체가 1등병에 빠져서 공급자 중심의 영업활동을 펼친 것도 문제지만, 우리가 변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변하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게 진짜 원인”이라며 “앞으로 과학적인 고객관계관리(CRM)에 기반한 소비자 분석을 무기로 시장을 탈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가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회사로 조직을 바꿔갈 것”이라며 “어렵게 얻은 기회이니만큼 최선을 다하고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깨끗하게 떠날 각오가 돼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한편 하이트진로그룹은 이날 통합 후 글로벌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일본과 중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태국과 미얀마에서는 현지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현지 유통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재무구조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재 115.2%인 부채비율을 70%까지 낮추기로 했다. 두 사람은 “우선 2014년 2조2049억원 매출에 48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15년에는 해외에서도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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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진로 대표이사사장

1952년

[現] 하이트맥주 대표이사사장

196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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