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왕자, 아프간 부상 전우 ‘로열웨딩’에 초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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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왕자(왼쪽)가 지난해 6월 영국 남부 도시 서리에 있는 군 재활센터를 방문해 마틴 컴프턴(오른쪽에서 둘째) 일병을 만나고 있다. 윌리엄은 왕실근위대에서 군 생활을 함께 한 컴프턴과 그의 부인 미셸을 29일 열릴 결혼식에 초대했다. [서리 로이터=연합뉴스]


현역 영국군 대위인 윌리엄 왕자가 29일(현지시간) 열리는 자신의 결혼식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귀와 코를 잃은 자신의 부대 전우와 이라크·아프간에서 전사한 동료의 가족들을 초대했다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25일 보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윌리엄 왕자의 왕실 근위대 근무 시절 동료인 마틴 컴프턴(27) 일병. 그는 2006년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폭탄 공격을 받아 귀와 코를 잃는 중상을 입고 3개월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다.

그는 부상 직후 심장이 세 번이나 멈추는 등 위중한 상태였으며 전신의 75%에 화상을 입었다. 윌리엄 왕자는 그를 별명 ‘컴프’로 부를 정도로 친한 사이였으며, 2008년 공식적으로 그에게 경의를 표할 때 “컴프턴 일병은 나보다 더 유명인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컴프턴 일병은 3년 전 결혼한 미셸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한다. 부인 미셸은 그가 60시간 이상의 대수술을 받는 등 오랜 투병을 할 때 극진히 간호를 했다.

 2007년 이라크에서 전사한 조애나 다이어(당시 24세) 소위의 언니인 홀리 다이어(30)도 결혼식에 초대됐다. 옥스퍼드대 출신인 다이어 소위는 2006년 12월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서 윌리엄 왕자와 같은 중대에서 훈련받았다. 그는 이라크 바스라에서 부대원 세 명과 함께 장갑차를 타고 순찰하던 중 매복 폭탄 공격을 받고 전사했다. 윌리엄 왕자는 그의 전사 소식을 접하고 “절친한 친구를 잃게 돼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언니 홀리도 당시 이라크 전선에서 정보장교로 복무 중이었으며, 동생의 장례식을 치르고 곧바로 부대에 복귀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2007년 아프간에서 전사한 알렉시스 로버츠(당시 32세) 소령의 부인인 수지 로버츠도 결혼식에 초청받았다. 로버츠 소령은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서 중대장 교관으로 윌리엄 왕자를 가르쳤다. 그가 전사하자 윌리엄 왕자는 “훌륭한 멘토이자 친구인 로버츠 소령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윌리엄 왕자는 그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으며, 그 뒤에도 그의 가족들과 줄곧 연락을 취해왔다. 로버츠 소령의 장모 캐럴 딘스는 “딸이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에 초청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하늘에 있는 사위도 분명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왕자는 부상 참전용사의 재활을 돕는 ‘영웅을 위한 도움(HFH)’ 재단의 설립자 브린 패리 부부와 자신이 근무했던 수색구조대의 대원 27명도 결혼식에 초대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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