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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결제 연 2조 … 세계 표준 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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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류긍선
다날 대표

오늘 아침 집을 나선 뒤 지금껏 몇 번이나 결제를 했는지 따져 보자. 편의점에서 우유나 담배를 구매할 때도, 버스·지하철을 탈 때도, 하물며 온라인에서 음악 하나를 내려받을 때도 휴대전화 결제와 같은 여러 지불 수단이 필요함을 감안하면 한 번 이상은 ‘결제’를 했을 것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제는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결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좋은 결제 수단을 만드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잘 만든 결제 수단 하나가 구매자에게는 사용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판매자에게는 구매 증가로 인한 매출 증대를 선사하며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

 몇 년 전 미국 출장길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직도 미국의 일부 온라인게임 사용자는 게임머니 충전을 위해 편지봉투에 현금과 게임 아이디(ID)를 넣어 발송해야 한다고 한다. 우편물을 받은 게임업체 직원이 봉투를 뜯어 금액을 일일이 확인한 뒤 해당 ID로 게임머니를 충전해주는, 소위 아날로그식 결제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콘텐트 산업 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이를 구매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시스템만은 아직도 많이 뒤처져 있다는 사실에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 더불어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결제 솔루션만 있다면 미국 콘텐트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10여 년 전부터 휴대전화 결제라는 온라인 상거래에 적합한 수단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트 구매에서만큼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발전된 체계와 시장 환경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휴대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이 확산되던 2000년 당시 선보인 휴대전화 결제는 사용자에겐 손쉽게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는 편리함을,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던 콘텐트 업체에는 이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온라인 콘텐트 시장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2000년 당시 22억원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결제 시장은 2010년 2조2000억원으로 1000배 성장하며 온라인 결제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나아가 미국·중국·대만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전 세계 온라인 결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

 최근 결제시장의 화두는 근거리무선통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해 주요 이동통신사와 신용카드사가 모여 모바일 결제 협의체인 아이시스(ISIS)를 합작 설립하는 등 NFC 도입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NFC 활성화를 위해 각계 전문업체들이 모인 ‘그랜드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NFC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발맞추어 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글로벌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항상 시장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며,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한층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고민하고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계 표준을 따라가지만 말고, 우리가 먼저 새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돼 시장을 선도 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10년 전 한국 휴대전화 결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류긍선 다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