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골퍼, "골프로 옛 영화 되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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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빼앗긴 땅을 골프로 되찾겠다. "

백인 천하였던 미국프로골프(PGA)에 흑인 타이어 우즈에 이어 인디언 골퍼가 등장,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노타 비게이 3세(27). PGA뿐 아니라 미국 프로스포츠 최초의 순수 인디언 혈통이다. 장타에다 인디언 특유의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있는 그는 프로데뷔 첫해인 지난해 2승과 함께 상금랭킹 31위에 올라 가능성을 보였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PGA 투어에 출전한다.

인디언 보호구역인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근교 아이슬레터 푸에블로에 거주하는 그는 미국 골프계에서는 보기드문 헝그리 골퍼다. 6세 때 아버지가 잡부로 일하는 앨버커키 레이드러골프클럽에 놀러갔다가 골프채를 잡은 그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 백인소년들과 달리 정식으로 골프를 배우지는 못했다. 대신 골프장 코치의 카트를 청소해 주며 틈틈이 골프를 익혔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이 있었는지 앨버커키고교 시절 주요 주니어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15차례나 우승했다. 아마추어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우즈가 재학하고 있던 '골프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스카우트 손길을 뻗쳐왔다.

대학생이 된 그는 94년 미 대학체육위원회(NCAA)챔피언십에'우즈와 함께 학교대표로' 출전, 최저타수인 10언더파 62타를 기록했으며 '올 아메리칸 선수상' 을 받아 골프계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95년 나이키 투어에 진출한 그의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고 98년에야 나이키투어 상금랭킹 10위로 간신히 정규투어 진출자격을 따냈다.

지난해 르노 타호오픈과 미켈롭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총상금 1백25만5천3백14달러를 획득, 신인왕 물망에 올랐으나 막판에 부진해 카를로스 프랑코(1백86만4천5백84달러.랭킹 11위)에게 밀리고 말았다.

그의 퍼팅은 독특하다.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훅 라이인 경우 오른손으로 퍼팅하며 슬라이스 라이면 왼손으로 치는 '스위치 퍼터' 다. 1m78㎝.84㎏의 체격에 지난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백83.8야드로 PGA 랭킹 14위. 공식대회 최고기록은 3백85야드다.

그는 "인디언들도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골프의 신대륙을 개척하겠다" 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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