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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스토리 9 패션과 주얼리의 콜라보레이션(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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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패션은 여성들의 주요 관심 분야다. 패션이란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을 말한다. 패션과 더불어 여성의 시선을 뺏는 또 하나는 ‘보석(Jewelry)’이다.

 패션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프랑스와 이탈리아다. 프랑스의 패션산업은 16세기부터 점차적으로 발전, 1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화하면서 ‘파리의 상조합’이라는 협회가 생겼다. 파리의상조합은 패션디자이너에게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기도 했다. 이세이 미야케, 장 폴 고티에, 이브 생 로랑 등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이를 통해 배출됐다.

 이탈리아는 19세기 중반 이후 북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근대공업(섬유)이 발달하면서 밀라노를 기점으로 패션산업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는 뛰어난 섬유제조기술로 인정받는 나라다. 주얼리 역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발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주얼리 브랜드의 80% 이상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제품이다.

 하지만 주얼리는 패션과는 다르다. 패션이 생활 필수품이라면, 주얼리는 선택 사항이다. 특히 주얼리는 한때 소수층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대개 고가의 파인 주얼리(원석으로 세팅된 보석이나 장신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신선하고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동안 서로 다른 분야로 분류됐던 패션과 주얼리가 최근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시작한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은 마케팅 및 생산적 관점에서는 합작이란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같이 일하고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 혹은 디자이너가 만나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일을 말한다. 공동의 이익을 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생산·프로모션·마케팅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협력이다. 예전엔 단순히 유명디자이너의 작품이나 이미지를 이용한 형태가 협업의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패션 디자이너와 주얼리 디자이너가 만나 서로 소통하고 연구해 또 다른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형태로 넓혀가는 추세다.

 협업의 핵심은 서로 다른 개성의 브랜드, 혹은 협업하는 양자가 가진 강점이 최대한 발휘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강점도 잘 부각시켜줘야 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이나 패션브랜드 매장에서 마네킹에게 옷만 잘 입히는 게 아니라 액세서리·가방·구두 등 모든 아이템을 제대로 갖춰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나의 옷이나 아이템이 튀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어우러진 조화, 그리고 함께 작업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패션과 주얼리의 관계가 밀접해지며 달라진 점이 또 있다. 고가의 파인 주얼리 시장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패션 액세서리처럼 부담없이 착용할 수 있는 커스텀 주얼리 시장이 커졌다. 주얼리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이다. 이는 주얼리도 이제 유행에 따라 가볍게 구입하고 상황에 따라 부담없이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변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멀티숍·콜렉트숍 등 패션과 주얼리 또는 소품을 모두 한 곳에서 판매하는 원스톱 쇼핑 형태의 매장도 많이 생겼다. 패션과 주얼리의 협업은 지금도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주얼리 디자이너 한영진=주얼리 브랜드 오르시아대표. 2007 국제 귀금속 장신구대전에서 수상했다. 2008년 뉴욕 국제 주얼리 박람회 자문위원을 맡았고, 같은 해 지식경제부 주최 주얼리 디자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09년 드라마 ‘천추태후’의 봉관 제작기술을 자문했으며,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 제작·협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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