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소형 원적외선 자유전자레이저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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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장치에 비해 크기가 5분의 1에 불과하면서도 출력이 높고 안정된 새로운 원적외선 자유전자레이저(FEL: Free Electron Laser)를 방출하는 장치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돼 레이저이용의 새 지평을 열 수 있게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레이저팀(이종민, 정영욱박사)은 4일 소형 마이크로트론(전자가속기)을 이용, 원적외선 자유전자레이저를 발진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소형 자유전자레이저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미개척 파장영역인 원적외선(일명테라헤르츠) 영역에서 작동되는 것으로, 다른 방법에 의한 광원보다 100만배 이상의 높은 출력을 내면서도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비가 낮아 상업화의 전망이 밝다.

특히 장치 소형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마이크로트론을 이용하는 자유전자레이저가 미국,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 등 다른 경쟁국에 앞서 발진에 성공됨으로써 국내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쾌거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원적외선 레이저는 적외선과 밀리미터파 사이에 있는 파장의 빛으로서, 현재까지 적당한 고출력 광원이 개발돼있지 않아 미개척 상태로 남아 있었다.

최근 이 파장영역의 광원이 반도체, 생물물리, 신소재, 고체물리, 플라즈마 연구, 비파괴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선진국들은 연구개발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나 아직 소형화에 성공한 예가 없다.

현재에는 아주 짧은 레이저펄스를 반도체등에 입사시켜 원적외선을 발생시키는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으나, 이런 종류의 광원들은 구조가 복잡하고 출력이 낮으며, 파장특성이 좋지 않아 활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자유전자레이저가 이 파장영역에서 가장 완벽한 광원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기존의 자유전자레이저는 시스템이 거대하고 복잡하며 가격이 비싸 현재까지 폭넓게 활용되지 못한 형편이었다.

기존의 자유전자레이저는 대개 고주파 선형가속기 또는 정전가속기로 구동되는데, 이 때문에 규모가 거대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전가속기로 구동되는 미국 한 대학의 원적외선 자유전자레이저는 5층 건물을 차지할 만큼 거대한규모이다.

이종민박사는 "대형 가속기 대신에 지름 70 cm에 불과한 소형 마이크로트론을 이용, 파장 100-300㎛의 원적외선 레이저를 발진시킨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면서 "이번에 개발된 자유전자레이저장치는 그 규모가 다른 종류의 자유전자레이저장치에 비해 1/3∼ 1/10 이하로 작고, 가격도 1/3∼1/5 이하로 낮아 자유전자레이저이용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소 레이저팀은 앞으로 파장영역을 20-600㎛로 확대하는데 연구를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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