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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거래세, 초가삼간 다 태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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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준행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근 파생상품거래세 부과 문제로 증권·선물업계가 떠들썩하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피200 선물·옵션 시장의 과열을 막고 증권거래세와 과세 형평을 맞추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과 장내 파생상품 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 거래가 위축돼 증권·선물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결국 불투명한 장외시장으로 거래가 이동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쟁은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과세를 해야 하는지, 과세한다면 거래세와 자본이득세 중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로 요약된다.

 과세 여부는 조세형평성 외에도 시장의 성숙도, 과세 시 장외시장으로 옮겨갈 투자자 보호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 시장은 2010년 약 37억 계약에 달해 세계 1위다. 다양한 상품라인과 상품구조를 갖춘 해외 파생상품거래소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금융허브를 위해 경쟁하는 홍콩·싱가포르는 파생상품에 과세를 하지 않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장내 파생상품 과세는 장외시장으로 이동할 유인을 갖게 하는데, 이 경우 공적 규제를 받는 투자자 보호는 어려워진다. 장내시장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장외시장으로 이전되는 경우 키코 사태와 유사한 사고가 재연될 수 있다.

 또 파생상품 거래에 과세를 한다면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할 것인가는 두 조세의 성격상 차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거래세는 이득 여부와 관계없이 과세돼 시장의 참여를 제한한다. 최소한 거래세 이상의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만 거래한다. 반면 자본이득세의 경우는 시장 진입장벽을 만들지 않는다. 이득이 나면 과세하고 손실이 나면 이득의 한도 내에서 공제해 주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파생상품은 낮은 비용으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기초자산 거래에 비해 거래 비용이 아주 낮은 점이 파생상품 거래의 특징이다. 따라서 파생상품 거래는 거래 비용에 대단히 민감하다. 자본이득세가 아닌 거래세가 부과되는 경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 마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장내 파생상품 과세로 개인투자자의 무분별한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오히려 초단기 매매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스캘퍼의 거래를 급격히 위축시켜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만드는 역기능이 우려된다. 또한 일부에서는 지난해 11월의 옵션 사태와 같은 코스피200 종가 급락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거래세 부과가 적절한 대책은 아니다. 이는 최종 결제가격 변경 등 제도 보완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또한 코스피200 관련 파생상품 이외의 다른 파생상품은 오히려 시장 활성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들 시장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과세는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 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특성도 있다. 한번 법제화하면 세원 문제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최근 옵션 사태는 제도 보완으로, 소액 개인투자자 손실 문제는 리스크 관리 강화와 투자자 보호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공평과세는 시장의 성숙도와 사회정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거래세보다는 자본이득세 도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원인 파생상품 시장을 질적으로 성숙시켜야 할 때다.

이준행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