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시드니 월계관 꼭 쓰겠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 마라톤을 내 어깨에 짊어지고 뛰겠다. " 새 천년 새해 이봉주(30)의 각오가 비장하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불과 3초차로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잊지 못하고 꿈에서도 시드니올림픽을 기다려온 이봉주다.

시드니는 이봉주가 뛸 수 있는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만큼 기필코 손기정 - 황영조로 이어지는 한국마라톤 올림픽 제패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봉주가 시드니올림픽에서 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일단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르려면 국가대표 3명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봉주는 지난해 11월초 코오롱 마라톤팀을 이탈하면서 무적(無籍)선수로 규정돼 3개월간 국내.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이봉주의 발이 묶인 사이 백승도(한전)는 후쿠오카마라톤에서 2시간11분대, 형재영(조폐공사)은 요미우리마라톤에서 2시간10분대의 기록을 작성하며 일단 대표선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대표선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국내외 대회 기록순으로 3명을 선발한다.

2000년 2월 4일 이후에나 대회출전이 가능한 이봉주는 우선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 아래 무리가 따르더라도 2개 대회에 참가키로 했다.

일단 2월 6일 일본 벳푸.오이타 대회와 같은달 13일 도쿄대회 가운데 한군데를 골라 뛴다. 성적이 저조할 경우 로테르담(4월 16일)과 보스턴(4월 19일)대회중 한 곳에 재도전한다.

2차 도전은 2개월만에 뛰는 것이라 사실상 일본에서 치러지는 대회에 자신의 마라톤 인생을 걸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봉주는 지난달 13일 경남 고성에 훈련캠프를 차린 뒤 맹훈련에 들어갔다.

새벽에는 고성종합운동장에서 2시간 연속달리기, 오후에는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과 적절한 경사가 갖춰진 해안 일주도로를 달리며 매일 40~50㎞씩 소화한다.

이봉주는 시드니올림픽 마라톤 시상대에 올라 월계관을 쓰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오늘도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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