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세테크] 이혼 때 부동산으로 재산 나누면 증여·양도세 안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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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A씨와 B씨는 최근 이혼에 합의해 20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이는 아내인 B씨가 맡아 키우기로 했다. 재산도 적절히 나누기로 했다. 이들의 재산은 주택 2채와 현금을 포함한 금융자산 2억여원 정도다. 맞벌이를 했지만 주택 2채와 대부분의 재산이 남편 명의로 돼 있다. 주택 2채 모두 보유한 지 오래돼 취득 당시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혼 절차를 밟는 동안 정리해야 할 복잡한 일이 많지만 세금 문제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는 무슨 이유로 부동산을 넘기느냐에 따라 세금 문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면서 남편 명의로 된 주택 한 채를 아내에게 넘기기로 했다. 이처럼 부동산 명의가 바뀌게 되면 부동산을 취득하는 사람은 취득세와 지방세를 내야 한다. 주택을 넘겨주는 A씨는 양도소득세 문제가 생긴다.

 이처럼 A씨 명의로 된 재산을 B씨에게 이전할 때 이를 위자료로 지급하는 것인지, 공동의 재산을 분할하는 것인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진다. 이런 경우 A씨는 위자료 명목이 아닌 ‘재산 분할’을 이유로 B씨에 부동산을 넘겨주는 것이 좋다.

 재산 분할은 20년 동안 살면서 공동으로 축적한 재산을 나누는 의미로, 재산을 넘겨주는 사람에게도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재산을 받는 사람의 경우에도 자기 재산을 찾아가는 의미인 만큼 소득세나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위자료는 다르다. 위의 주택을 위자료나 양육비 지급을 이유로 B씨에게 넘겨주면 이는 대가성 있는 이전으로 간주한다. 즉 A씨가 B씨에게 부동산을 양도한 것으로 여겨 A씨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을 받는 B씨는 증여세나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위자료에는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혼하면서 재산을 정리할 때는 부동산은 재산 분할의 의미로 하고 현금이나 금융상품 등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 자산을 위자료로 나눠 갖는 것이 좋다.

 A씨가 부동산을 팔아서 B씨에게 현금으로 재산을 나눠 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양도세를 미리 따져봐야 한다.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A씨는 2주택자에 해당돼 주택을 처분할 때 양도세를 내야 한다. 세금을 내고 나면 실제 남는 자산이 당연히 줄어드는 만큼 현금으로 재산을 나누는 것이 현명한지 실익을 따질 필요가 있다.

 B씨가 주택을 받은 뒤 팔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법률적으로 이혼이 성립되기 전에 주택을 처분한다면 1세대2주택에 해당돼 양도세를 물기 때문이다. 이혼한 뒤 각자의 세대를 별도로 구성하고 비과세 요건을 갖춰 주택을 처분한다면 각자 나눠 가진 주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별거 중인 남편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을 몰랐다가 법적으로 이혼이 성립되기 전에 주택을 팔아 양도세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혼을 할 때나 이혼한 뒤 자산을 정리·처분하는 경우에도 세금 문제를 따져보고 실행하는 것이 좋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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