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영어 ‘고민 제로’] 읽기 힘들어하는 서울 왕북초 5학년 이주원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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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영어 교육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영어 환경에 노출시켰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고, 듣기나 읽기는 잘하는데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서툴러 걱정이기도 합니다. 일찌감치 영어 유치원에 보내거나 유명 영어 학원에 보내면 이런 염려가 사라질까요?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는 윤선생영어교실과 함께 우리 아이 영어 ‘고민 제로’ 솔루션팀을 구성했습니다. 공·사교육 영어 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해 학생의 영어 수준을 진단하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알려드립니다. 각 가정에서 따라 해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지면에 소개된 학생은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 과정도 지면에 소개할 것입니다.

박정현 기자

왼쪽부터 박혜옥·정영애·이지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부속 국제교사교육원(TTI) 교수·이보영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오영빈 윤선생영어숲 대방센터 관리교사

신청 사연=이주원양은 여섯 살 때 영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해 지금까지 쭉 영어 학원을 다녔다. 한 달 전부터는 전화 영어를 시작했다. 학원 수업보다 재미있어서 전화 영어시간을 기다릴 정도다. 주원이가 가장 자신 있는 영어 활동은 말하기다. “외국인 강사와 얘기를 하면 제 잘못된 발음을 고칠 수 있고, 친근감도 느껴져요.” 다른 과목보다 영어를 좋아하지만, 미국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원에 다닐 때는 힘에 부쳤다. 어휘 때문에 과학과 사회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소연(36·서울 강남구)씨는 딸 주원양의 영어 실력이 공부한 기간에 비해 잘 늘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다. 딸이 책 읽을 시간이 없어 배경지식이 부족해서인 것 같다. 주원이는 3년 동안 하루 6시간씩 연습했던 피겨스케이팅을 열 달 전 그만두고 지금은 미술학원을 다닌다. 영어 학원에는 일주일에 2번 간다. 학원 숙제를 하는데 2시간이 걸린다. 영어 유치원과 영어 학원을 계속 다녔지만 아이에게 특별히 효과가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아이가 영어를 공부라고 느끼면서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것 같아요.” 오씨는 아이의 지금 영어 수준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고 이를 보완해 실력을 키워주고 싶다.

진단해 보니

이주원양은 6년째 영어를 배우고 있지만 읽기와 쓰기가 제자리걸음이다.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 ‘나만의 이미지 사전’을 만들고 영어 연극 오디오북으로 자신감을 키우기로 했다. [김경록 기자]

솔루션팀과 상담을 하기 전 주원이의 영어 영역별 수준을 진단했다. 예비 중등 파닉스 진단을 해보니 주원이는 장모음까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파닉스는 알파벳과 자음, 단·장모음, 연속자음, 연음, 자음 이중자, 기타 모음의 순서로 학습한다.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이보영 선임연구원은 “파닉스가 잘 다져진 학생이 읽기 진도도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솔루션팀은 주원이에게 연속자음부터 파닉스 학습을 꾸준히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오씨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주원이의 실력이 뒤처지지 않을까 염려했다. 솔루션팀은 평균 이상이라고 봤다. 영어 말하기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처럼 실력이 좋았다. 듣기·말하기 영역과 읽기·쓰기 영역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니 듣기·말하기 영역 실력이 읽기·쓰기 영역보다 좋았다. 듣기와 말하기 실력은 6학년 2학기 수준이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부속 국제교사교육원(TTI) 정영애 교수는 “엄마의 염려처럼 읽기와 쓰기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듣기·말하기에 비해 불균형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주원이는 “듣기, 말하기는 괜찮은데 읽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오씨의 생각처럼 어휘 때문이었다. 솔루션팀은 공부라 생각하지 말고 매일 쉽고 짧은 글을 빨리 읽을 것을 권했다. 배경지식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부족한 어휘는 책을 읽는 중 나오는 단어를 학습하기로 했다. 영화를 활용해 어휘를 늘리고, 글로 써보는 활동을 추천했다. 영어 연극 대본으로 읽기와 쓰기 능력을 키우기로 했다.

처방 1 읽고 녹음하고 듣고, 원어민과 비교하기

주원이는 영어 학원 교재로 공부를 해왔다. 오씨는 주원이가 예·체능 과목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 따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한글로 된 책도 거의 읽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원이는 로알드 달의 원서를 여러 권 읽었다. “아이가 재미있어 했어요.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무슨 내용인지 아는 정도였지만요.”

정 교수는 “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영어 읽기도 늘고 이해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우선 한글로 된 책 중 주원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부터 읽도록 했다. 좋아하는 동화책부터 시작해 차츰 다리를 연결하듯 연관 책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책을 읽을 때 처음에는 눈으로 읽고 그 다음 감정을 넣어 소리 내어 읽는다. 한 번 읽고 녹음해 들어본다. 원어민의 발음이나 속도와 비교해 본다. 이런 방법으로 몇 권을 읽으면 책 내용이 저절로 외워진다. 상황을 알게 되니까 표현도 많이 알게 된다. TTI 박혜옥 교수는 “좋아하는 책 중에 웃긴 내용을 찾아 읽고 녹음하다 보면 말하기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오디오북을 활용해 큰 소리로 따라 읽는 쉐도 스피킹(shadow speaking)을 하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처방2 종이사전으로 단어 찾기 놀이 해보기

주원이는 영어 단어를 찾을 때 휴대전화의 단어 사전을 활용한다. 오씨는 “주원이가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워 단어 찾는 법을 따로 가르쳐주지 않았더니 종이 사전을 찾으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종이사전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알파벳이나 단어의 순서 등을 무의식적으로 연습할 수 있고, 정확성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마와 사전에서 단어 찾기 놀이를 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질 수 있다.

박 교수는 “초보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내용이라도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1~2개 있으면 재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주원이의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과 연결시키면 좋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주원이가 미술을 좋아하니까 책 속 캐릭터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성격을 단어로 표현해본다. 이미지 사전도 만들 수 있다. 책에서 모르는 단어를 그림으로 그리고 단어를 써 두면 나만의 영어 사전이 된다. 주제별 사전을 만드는 것도 좋다. 처음에는 한 단어로 시작해 차츰 단어의 양을 늘려나간다.

처방3 영화 마지막 부분 스토리 바꿔 쓰기

주원이는 듣기 실력이 좋아 흥미가 있는 영화로 쓰기 실력을 쌓을 수 있다. 그렇다고 영화 내용을 모두 정리하게 하면 힘들어 할 수 있다. 주인공이 한 일 몇 가지 쓰기, 짧게 줄거리 정리하기 등 아이가 쉽게 끝낼 수 있는 활동을 한다. 마지막 부분을 다른 스토리로 바꿔 쓰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TTI 이지윤 교수는 “영어 단어가 배경과 함께 떠올라 외우기도 쉽다”고 말했다. 반복하면 단어나 쓰기 실력이 향상된다.

영화의 스토리를 재구성해 미니북을 만드는 것도 좋다. 주원이는 스케이트를 잘 타니까 친구들을 위해 스케이트 타는 방법을 그림과 함께 영어로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박 교수는 “주원이가 즐겁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게끔 엄마가 도와야 한다”며 “그 효과를 보려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개 자녀가 중학생이 되기 전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쌓아 놓아야 할 것 같아 조급하다. 하지만 솔루션팀은 “영어 학습은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 관리

영어 연극 오디오북으로 자신감 갖기

지금 주원이에게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것, 쉬운 것, 짧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윤선생영어숲 대방센터 오영빈 관리교사는 주원이가 가진 책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 하는 책부터 찾아 소리 내어 읽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연극을 할 수 있는 오디오북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기가 말한 것을 녹음해 듣고, 원어민 발음과 비교할 수 있는 교재다.

솔루션팀은 주원이에게 제안한 학습 방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지켜보며 어떤 학습 스타일이 맞는지 찾아나가기로 했다. 교재나 학습 시간, 수준에 맞는 진도 등도 수정·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주원이의 실력 향상 과정은 ‘열려라 공부’ 지면에 앞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자녀의 영어 교육을 도와 드립니다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는 윤선생영어교실과 함께 각 분야 영어 교육 전문가들이 학생·학부모와 만나 영어 수준을 진단하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알려드리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 대상 유아~중학생

■ 참여방법 윤스맘카페(cafe.naver.com/iyoonsmom)에 신청. 학생의 영어 학습 정도와 부모가 생각하는 영어 실력, 고민 등 기록

■ 상담 장소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부속 국제교사교육원(서울 강동구)

■사례 예시 오랜 시간 영어에 노출돼 거부감이 심해진 학생 / 영어로 듣기·읽기는 잘하는데 쓰기·말하기를 못하는 학생 / 영어 학원, 원어민 과외 등 지원을 많이 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은 학생 / 학습 초기에는 잘 따라가다 어느 순간 실력이 늘지 않는 학생 / 영어를 잘하는 부모에게 교육을 받았지만 실력이 좋지 않은 학생 / 영어로 일상 대화는 가능하지만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 등

■ 공동 기획 윤선생영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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