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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독도 억지, 전략적 접근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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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기갑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규모 9.0의 엄청난 지진이 일본 동북 지역을 강타한 직후 무시무시한 해일이 주변 해안에 위치한 인간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덮쳤다. 자연재해로 말미암아 통제가 불가능해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목숨을 건 방재작업에도 불구하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에 맞먹는 방사능이 유출돼 발전소 반경 30㎞ 이내 민간인에 대한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상황은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지만 아직도 위험한 징후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재해 직후 구조대·구호물자 등을 신속하게 보냈으며, 한국 국민은 일본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문부과학성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절차는 신청-진행-결과발표의 세 가지 단계를 거치며, 교과서 공개는 예년에 비추어 볼 때 5월께로 예상된다. 일본의 중학교 지리·공민 교과서 거의 대부분은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며, 학생들은 왜곡된 교육을 받으며 자랄 것이다.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발표를 접한 대다수 한국 국민은 다시금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한국 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정부는 얼마 전에 독도와 재난 문제는 별개 사안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를 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응조치에는 주한 일본대사 초치, 일본 외무성에 구상서 전달, 엄중 항의 및 시정 촉구, 정부 고위 인사의 독도 방문, 독도에 대한 시설물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위에 열거한 대응조치 중 정부 고위 인사의 독도 방문, 시설물 설치 사업 강행 등 우리 측의 과도한 조치는 일본의 또 다른 맞대응을 초래해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게 국제사회의 관심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의 경우 중국의 거센 항의와 각종 분쟁해결 제안에 대해서는 일절 무반응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의견은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 영토를 구성하기 때문에 인접국과의 영유권 분쟁은 없으며, 사법적 해결 대상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기조에서 정부 측에 부탁하고 싶은 독도 정책의 방향과 기조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외교정책을 구사하고 장기적이며 전략적으로 접근해달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과도한 대응 조치를 실시해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우리의 독도 영유권을 더욱 굳건히 한다는 측면에서 냉정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일본 정부에도 일본의 초·중·고 교과서에 실리는 내용이 과연 2010년 ‘공생을 위한 복합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한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26명의 공동성명과 조화되는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박기갑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