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굿바이 GD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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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서 행복으로...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추진했던 성장 일변도 방식에서 앞으로는 분배를 강조하고, 민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달(3월)열렸던 양회(兩會)는 이를 확정한 중요한 회의였다.

그렇다면 경제 발전을 보는 중국 지식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중국신문주간(中國新聞週刊)이 최근 ‘(GDP 숭배, 이제는 안녕(别了,GDP崇拜)’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번역해 옮긴다.

중국의 GDP 규모는 세계 2위다. 하지만 지나치게 GDP 늘이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 불균형은 대표적인 예다. GDP 증가가 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됐다. 경제학자들도 GDP만으로 사회 전반의 발전 정도를 측정할 수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GDP 지상주의’의 한계를 실감한 중국 정부와 전문가들도 한 나라가 경제발전을 이룩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로 ‘국민 행복 증진’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계에서 GDP개선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행복’이 올해 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의 키워드가 됐다. 원자바오(温家寶•온가보) 총리는 지난 3월 양회를 앞두고 네티즌과의 대화 자리에서 ‘행복’을 언급했다.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상무부부장 천안핑(陳安平)은 ‘행복지표’가 GDP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몇몇 대표들도 “GDP 숭배와 작별하고, 행복한 중국을 창건해야 한다”, “증강주의 함정에서 나와, 국민의 행복감을 향상시키자”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국가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인 ‘국민 행복 증진’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며 실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 행복 증진’이라는 이 모호한 개념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민생 위주의 체계는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일본 GDP 비교표,중국·일본 인 평균 GDP(사진 왼쪽부터)

한편, GDP가 기본적인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쉬시엔춘(許憲春)이 중국 정부를 대표해 기고한 ‘GDP: 작용과 한계’는 대표적인 예다.
그는 “GDP는 20세기 인류의 위대한 발명 중 하나다. 아직까지 GDP를 대체할 만한 과학적인 지표는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 유명 경제학자 량샤오민(梁小民)도 “GDP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GDP없이는 더더욱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경제학의 대가 그레고리 맨큐(N. Gregory Mankiw) 역시 “GDP로 교육의 질을 측정할 순 없지만, GDP가 높은 국가는 더 좋은 교육제도를 보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새로운 지표가 GDP를 완전히 대체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방식에 대한 보완은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기존의 GDP 개념에 환경보전과 사회보장 등의 요소를 가미시킨 종합 지표 체계가 등장할 것이다. 곧 중국은 ‘GDP 지상주의’에서 탈피한다는 말이다.

정치도 변화가 필요하다. 국민은 정부에게 자신의 진정한 수요를 전달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국민의 뜻을 잘 수용해야 한다. 이것이 한 나라의 궁극적인 목표인 ‘국민 행복 증진’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김보연 인턴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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